“한국 중소 기획사들에 투자해 재능 있는 대중음악인들을 많이 발굴하고 싶습니다. 한국 K팝과 동남아 시장 사이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싱가포르 회사 에버그린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용(34) 대표는 성공한 젊은 사업가다. 아버지가 일군 목재업을 물려받아 금융업과 요식업, 영화 제작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에 사업장을 둔 그는 K팝과 동남아 시장을 연결하고 싶어 한다. 그는 지난달 입국해 한국에 체류하며 구체적인 사업 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근 서울에 사무실을 연 그를 만나 K팝과 동남아 대중문화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용 대표는 5, 6년 전부터 K팝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대중문화 사업에 마음을 두게 되면서 한국이 아시아 대중문화 산업에서 주도적인 국가라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가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 K팝과 연계된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남아 인구 중 젊은 층의 비중이 높은데 이들에게 주류 문화는 한류이고, 한류의 주류는 K팝”이라는 것. 용 대표는 “지역 정서에 맞는 K팝을 개발하면 사업 기회는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향후 10년간 동남아 인구에서 젊은 층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용 대표는 “트렌드에 민감한 점”을 K팝의 강점으로 꼽았다. “K팝 기획사들은 트렌드가 바뀌면 바로 다음 트렌드에 맞춘 음악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프로듀서나 음악인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점도 강점”이라며 “한국적인 특징만 고집하지 않고 세계 보편적인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단점이 있기도 하다. 그는 “대형 기획사의 지배력이 강해 작은 회사에 속한 빼어난 인재들이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그가 “중소 기획사와 협업할 때 사업 기회가 더 크다”고 보는 이유다. “동남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능 있는 음악인을 발굴해 소개하려는 게 제 사업 목표입니다. 동남아의 대중음악 인재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교육시키고 음반을 발매하고 이를 동아시아 시장에 널리 알리고도 싶습니다.”
용 대표는 법무법인 변호사이면서도 가수이기도 하다. 자신이 만들고 부른 노래 1, 2곡을 싱가포르와 한국에서 올해 발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국 가수 윤민수와 함께 노래 녹음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에 노래를 직접 만들고 있어요. 제 노래를 만들면 사업에 대한 영감이 생겨요. 좋은 음악을 골라내는 감식안을 유지할 수도 있고요.” 사업가이면서 음악 애호가이고 가수이기도 한 그가 꼽은 K팝 최고의 가수는 누굴까. “아이유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목소리가 좋기도 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