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나마타시는 왜 조니 뎁 영화의 후원을 거부했나

입력
2021.07.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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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배우 조니 뎁이 사진작가 유진 스미스(1918~78)를 연기한 영화 ‘미나마타’의 상영회 후원을 일본 현지 지자체가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병은 1950~60년대 집단 발병해 일본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공해병이다.

1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9월 전국 개봉을 앞둔 지역의 시민들이 8월 상영회를 열기 위해 구마모토(熊本)현 미나마타(水俣)시에 후원을 신청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유는 “영화가 사실에 입각했는지 여부나 제작자 의도가 불분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해소에 이바지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나마타병은 1950~60년대 미나마타시에서 집단적으로 발병했다. 처음에는 전염병으로 잘못 알려져 환자들이 격리됐으나, 사실은 이 지역의 화학기업인 칫소(窒素)주식회사가 적어도 1932년부터 공장에서 촉매제로 사용한 메틸수은을 바다에 방출하고, 사람들이 이에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했기 때문이란 게 밝혀졌다. 피해자들은 수은 중독으로 경련이나 마비 등 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였는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렀다. 2001년 공식 인정받은 사망자 수만 1,784명이다.

하지만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칫소는 자체 조사로 일찌감치 자사와의 관련성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배상을 거부했다. 지자체마저 상당 기간 피해자들의 호소를 묵살하고 기업 편에 섰다. 피해를 인정받고 배상받기 위해 기업과 지자체, 일본 정부와 장기간 투쟁한 피해자들은 지역에 대한 부정적 소문을 퍼뜨린다며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비난을 받았다. 2001년이 되어서야 2,265명의 피해자가 공식 집계됐고 1만 명 넘게 보상을 받았지만 아직도 피해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

지난해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 '미나마타'는 9월 일본 전역에서 개봉된다. 이 병을 세계에 알린 미국의 사진작가 유진 스미스와 부인 에일린의 투쟁을 다룬다.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 이오지마 등 격전지에서 종군 기자로서 명성을 얻은 스미스는 1971~73년 부인과 미나마타시에 거주하면서 미나마타병 환자들의 사진을 찍고 그들의 투쟁을 도왔다.

특히 태아 때부터 미나마타병에 걸린 딸을 욕조에서 안고 있는 엄마의 사진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때문에 칫소의 사측을 옹호하던 노조원으로부터 심각한 폭행을 당해 척추 손상을 입고 한쪽 눈은 실명되기도 했다.

후원을 거부한 미나마타시는 “미나마타병을 과거의 것으로 잊고 싶다는 시민도 있다”고 했다. 아직도 이에 대해 언급하기 꺼리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반면 구마모토현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역사나 교훈을 배우는 계기가 된다”면서 상영회 후원에 동의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