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타투 스티커를 한 등을 드러낸 퍼포먼스로 타투(Tatto·문신) 합법화를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류 의원은 타투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타투이스트(문신사)의 면허제 등을 담은 타투업법을 발의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타투 시술은 미용이나 예술적 표현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이를 의료행위로 규정한 현행법이 타투 산업을 음지로 몰아넣어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타투 합법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1대 국회에는 류 의원의 타투업법 외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신사법,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의 반영구화장문신사법 등 3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19대·20대 국회에서도 김춘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관련 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임기만료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는 현행법이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1992년 눈썹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타투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 미용이나 예술적 표현 목적의 타투 시술이 보편화했고, ‘타투=의료행위’라는 인식의 경계는 흐려진 지 오래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에서는 26.9%, 25.5%가 “타투 시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일반인도 자격을 갖추면 타투를 시술할 수 있는 타투업법과 관련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51%였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40%였다. 특히 20대에서는 찬성 응답이 81%로 반대(13%)를 압도했다. 30대와 40대에서도 찬성 의견은 각각 64%, 60%로 다수였다.
타투 시술을 했거나 관심을 보이는 젊은 세대들은 타투를 자신을 표현하는 일종의 문화·예술 행위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현행법상 의료행위로 규정한 제약으로 자신의 개성을 담은 타투를 시술 받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이태경(23)씨는 “타투는 시술이라기 보다 신체에 그리는 그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시술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 주윤지(22)씨는 “타투이스트들은 개인에게 의미가 있는 그림이나 글씨를 창작해서 새긴다”며 “의사보다 전문 타투이스트가 타투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투업계에서도 국제적으로 문화·예술로 자리잡은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신정섭 국제 타투이스트협회 회장은 “전세계 타투 트렌드가 한국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라며 “국내 다수 타투이스트들이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입상하지만 정작 한국에 와서는 조용히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음지에서 시술이 이뤄질수록 보건·위생에 대한 부작용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 차원에서 관련 교육에 나서고 있다. 타투협회와 타투유니온 등은 직접 '감염관리지침'을 만들어 회원 업체에 배포하고 관련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들은 타투업계의 시술을 제도화해 위생 관련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소비자 안전을 지켜야 타투이스트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며 “관청 주도 하에 위생 기준을 만들어 단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윤규 아이반 타투스쿨 대표는 "과거에도 타투에 사용되는 바늘은 일회용품이었다"며 "지금은 바늘뿐 아니라 아티스트 손이 닿는 모든 제품이 멸균 상태로 나오는 일회용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타투이스트 교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피부의 데미지, 즉 고객 피부에 따라 얼마나 바늘을 넣을 것인지 여부"라고 소비자 안전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투업계에서는 약 20만 명에 달하는 타투 종사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도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지회장은 "지난해 2월부터 6개월 가량 타투업 종사자가 겪은 부당 사례 제보를 받았다. 많은 제보를 받았는데 타투유니온이 중재에 나선 사례는 100여건, 법률 상담까지 넘어간 사례는 22건 있었다"며 "타투이스트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타투유니온이 생기기 전에는 도움을 요청할 곳조차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 받지 못하고 현행법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는 합법화 요구의 배경이다. 타투이스트 A 씨는 “법적으로 무직자이다 보니 은행에 가서 카드를 만들거나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며 “세금도 타투 관련 사업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금을 낸다”고 했다. 타투이스트 B 씨는 “일부 손님들은 타투이스트의 시술이 불법이라는 점을 악용해 시술비를 지불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항의하고 싶어도 ‘불법’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정당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타투 합법화를 반대하는 의료계에선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의 시술에 대해 보건·위생적인 부분을 우려한다. 타투법안을 발의한 류 의원은 “관련 부처가 보건복지부이고 국회 소관 상임위가 보건복지위원회다 보니 국회에서도 그간 타투이스트의 목소리보다 의료업계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강했다”며 “타투 산업이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시술 받는 이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식의 변화로 이전보다 (타투에 대한) 반대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의료업계 내에서도 타투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게 안전하다는 견해가 많다”고 부연했다. 문신사법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실 측도 “정부 측도 우리나라의 타투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타투 합법화를 주장하는 측은 일본 사례를 거론한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해왔으나, 최근 합법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해 9월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는 의사 면허가 없는 타투이스트가 불법 시술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것에 대해 기존 판례를 뒤집고 무죄를 판결했다. 사회 통념에 비추어 타투 시술을 의료 및 보건 지도에 속하는 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요즘은 해외 스포츠 선수로부터 영감을 받아 타투를 좋아하고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부대 의견을 제시했다. 타투를 예술과 문화로 바라보는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한 판결이었다.
백경희 인하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타투 시술이 의료행위는 한국과 일본의 판례가 자구 하나 틀리지 않고 같다"며 "일본 사례가 우리의 판례를 바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교수는 "타투 자체를 의료행위라고 보기에는 국민들의 법 감정이나 사회적인 인식과 괴리가 있다"면서 "타투를 제도화한다면 타투이스트와 관련된 자격이나 교육이 확실하게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