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사상 첫 '무관중 개최'에 스가 치명타... "경제적 손실 10조"

입력
2021.07.09 19:00
2면
무관중 경기장이 80%... 9400억 환불해야
'올림픽 강행' 스가 총리 정치적 책임 커져
9월 총선 앞두고 여당서도 '총리 교체론'

도쿄 올림픽이 끝내 개막을 2주 앞두고 사실상 ‘관객 없이’ 열리는 것으로 결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도 훨씬 더 악화하고 있는 탓이다. ‘무관중 올림픽’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무려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나라 안팎의 우려에도 올림픽 개최를 밀어붙였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리더십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일본 정부가 피하려 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셈이다.

9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일본 정부는 도쿄도, 대회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와 5자 회의를 열고 도쿄도와 수도권 사이타마·가나가와·지바현(縣)에서 열기로 한 모든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전체 경기장 42곳 중 34곳(81%)이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바라키·후쿠시마·미야기·시즈오카현 등에서 진행될 예정인 나머지 경기는 원래 방침대로 ‘수용 정원의 50%, 최대 1만 명’까지 일반 관객 입장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관중 경기'는 극히 적은 게 사실이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린 이래, 무관중으로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는 건 사상 처음이다.

‘무관중 올림픽’이 결국 현실이 된 건 최근 도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아진 탓이 크다. 전날 일본 정부는 12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도쿄 지역에 네 번째 긴급사태를 발표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전체 기간(2021년 7월 23일-8월 8일)이 긴급사태 기간에 속해 있다. 이날 도쿄도에 도착한 올림픽 성화도 감염 우려로 봉송이 취소됐다. 대신 도내 각지에서만 점화 행사를 연다.

문제는 경제다. 9일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은 “무관중 올림픽 등 긴급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대략 9,820억 엔(약 10조2,699억 원)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일본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19%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다. 당장 환불 처리해야 할 경기장 입장권 손실도 약 900억 엔(약 9,420억 원)이다.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연구원은 “무관중 올림픽으로 치르면 관객은 경기장 정원의 10.8%에 그칠 것이며 입장권 판매 및 이와 연동된 소비 지출도 1,309억 엔(약 1조3,696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연히 올림픽 역사상 최대 비용인 154억 달러(약 17조4,700억 원)가 투입된 도쿄올림픽에 따른 경제효과도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무관중 올림픽’ 개최 소식에 이날 닛케이지수는 전날 대비 177.62포인트(0.63%) 내린 2만7,940.42로 마감됐다.

거센 정치적 후폭풍도 예상된다. 당초 스가 총리와 집권여당(자민당)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그 여세를 몰아 올가을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쥐겠다고 구상했다. 이를 위해 스가 총리는 신규 감염자가 급증하는 와중에도 유관중 올림픽을 고집해 여론의 반발을 불렀다. 스가 총리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아사히신문은 “9월 자민당 총재 및 10월 중의원 임기 만료를 앞둔 스가 총리는 이번 여름에 코로나 확산을 억제하고 안전한 올림픽을 실현해 중의원 해산, 총선 승리를 실현한다는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이 방정식은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긴급사태 중 올림픽이 열리게 된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자민당에 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심지어 자민당 내부에서도 ‘스가 교체론’이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여당 내에선 ‘선거의 얼굴’로서 (스가) 총리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며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최근 도쿄 의회선거 등에서 여당이 연패한 데 대한 정치적 책임론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