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대선 뛰어든 도백들… '최장 1년' 도정 공백 어쩌나

입력
2021.07.12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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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재명·최문순·양승조 경선에 나서
국민의힘은 원희룡 출사표… 오세훈도 거론
내년 지방선거도 있어 지방행정 장기 파행 우려


"제대로 된 발표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탈락한 'K바이오 랩허브' 유치 실패는 도지사라는 컨트롤타워 부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전직 강원도청 공무원 장모씨)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기간이었던 5일, 강원도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K바이로 랩허브 구축 공모사업에서 1차 관문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지역에서는 최문순 강원지사를 탓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달 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 최 지사가 도정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여야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 시도지사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면서 도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말·연초부터 시작될 선거 정국까지 감안하면 해당 시도마다 길게는 1년 가까이 지역 행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자체 공무원은 물론 주민 사이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민주당 현직 3명 '대선 외도' 중

11일 지자체, 정치권 등에 따르면 대선 레이스를 먼저 시작한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가 예비경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1일 발표된 컷오프 결과 이 지사만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세 사람은 이달 초 예비경선 기간에 4차례의 TV토론과 1ㆍ2차 국민면접, 정책언팩쇼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들은 현직 지사 신분이라 연가를 쓰거나 휴일을 활용해 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기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시기였다. 정의당 소속인 송치용 경기도의원은 "이 지사의 대권 레이스 합류로 인해 코로나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12일부터 대선주자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하는 국민의힘에서도 현직 도백의 합류가 예상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표적이다. 원 지사는 명확한 시점을 밝히지 않고 지사직 사퇴 의사를 내비친 데다가 7일엔 서울에서 지지 모임까지 출범시킨 터라 도정 운영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얼마 전부터 도민들 사이에서 '원 지사의 사퇴 시점은 언제쯤이다'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출마 관측도 끊이지 않는다. 본인은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야권 내부에서조차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를 중심으로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이 얼마나 동력을 받을 수 있겠느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힘은 원희룡에 오세훈도 거론

행정 수장이 대선에 뛰어든 시도는 분위기가 뜰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엔 3월 대선에 이어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터라, 선거 국면에 따른 도정 공백이 유례없이 길어질 거란 우려가 많다. 경기도의 간부급 공무원은 "지사가 도청을 지키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황은 아무래도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로서 지지율이 미미한 지자체장의 '외도'를 지켜보는 주민 시선은 더 차갑다. 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에는 양 지사와 최 지사, 원 지사 이름이 없었다. 낮은 지지율 탓에 ‘기타 인물’(3%)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첫 임기 3년차에 대선 도전을 선언한 양 지사의 경우 지역에서 "지사직도 하면서 대권까지 넘보는 게 바람직하느냐"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충남은 전임 안희정 지사의 불명예 퇴진으로 도정 공백을 겪은 터라 우려가 더할 수밖에 없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선과 도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면 집중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중요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이 이뤄지면 그 결과가 도민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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