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걸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해 논란인 가운데,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권력자와 대기업이 언론의 심층 보도와 후속 보도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인 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사는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 (악의적인 언론 보도에) 힘없는 국민을 보호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 소위를 열고 13건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일괄 상정했다. 악의적 보도라고 판단되면 언론사와 포털사이트 사업자에게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언론 재갈법'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의 법안 처리를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언론 관련 단체들도 '언론을 말살하는 행태이자 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 의원은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으로 일반 국민이 언론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부유층과 권력자가 이를 악용하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에서 1억 달러의 손배소가 제기되면 소송 비용만 수천만 달러가 들어간다"며 "민사소송을 내면 손해배상 청구액에 비례해 송달 비용이나 법원 비용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손해배상 청구액을 높이면 소송 비용도 높아지는데 과연 일반 국민이 이걸 다 감당할 수 있겠나. 이런 문제는 법원에서 그동안 논의돼 온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대기업과 돈 많은 권력자들은 후속 보도나 심층 보도를 봉쇄하려고 할 것이고, 실제로 미국 영화를 봐도 그런 게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나 돈을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는 권력자가 후속 보도나 자신들에 대한 보도 일체를 중단시키기 위해 회사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손배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이들이 이를 활용하는 거악의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이건 제 걱정이 아니라 언론 단체, 언론중재법 개정을 요구해 온 꽤 진보적인 단체도 이런 걱정을 한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언론 보도에 대한 손해배상 산정액이 낮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사실 손배보다 훨씬 무서운 게 형사적 처벌인데, 민사가 들어오면 형사 재판도 같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건 양형의 문제인데, 법원이 손해액을 산정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민사, 형사 두 개의 수단으로 처벌하는 과중한 문제, 쌍벌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앞서 민주당이 법안 소위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할 때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7일 2시에 법안 소위를 한다는데 행정실에서) 안건이 뭔지 자기들도 몰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나"라며 "언론중재위원 숫자를 늘리는 안건도 갑자기 올라왔다. 일주일 전 전문가 의견을 들은 내용인데 턱 올라왔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문체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법안의 문제를 설명하며 정부에서도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히는데, 중간에 그만하라고 하더니 (언론중재법 개정안) 13개 법안을 합친 대안을 마련했다며 갑자기 내놨다"며 "상임위 대안은 여야가 함께 논의하는 게 맞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