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추왓추] 화산 폭발 뒤 사라진 자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21.07.10 10:00
넷플릭스 드라마 '카틀라' 시즌1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아이슬란드 남단 작은 마을 비크. 화산 카틀라가 폭발한 지 1년이 지났다. 화산재는 수시로 휘날리고, 가끔 폭풍이 몰아친다. 사람들은 필터 달린 마스크를 지니고 생활한다. 마을을 떠난 이들은 이미 적지 않다. 외부인은 허락을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는 위험 지역이다. 생활 환경은 최악이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제각기 사연이 있다. 목축업 등 이 지역을 벗어나서는 생업을 이어갈 수 없는 사람이거나 화산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 연구원과 경찰, 의료인 등이 마을을 지킨다. 그리마 가족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리마의 언니 아우사가 화산 폭발 당시 실종됐는데 혹시 살아 돌아올지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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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화산 폭발과 알 수 없는 일들

숨쉬기조차 불편한 마을에 기이한 일이 발생한다. 화산재를 뒤집어쓴 한 젊은 여성이 벌거숭이가 된 채 나타난다. 사람들은 응급조치를 취하고 병원으로 옮겨 치료한다.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여성은 스웨덴 사람 군힐드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하지만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화산 폭발로 관광객 방문은 끊긴 지 1년이 됐고, 외부인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여성은 어떻게 비크로 들어왔고, 얼마나 알몸으로 떠돈 것일까. 의식을 완전히 찾은 군힐드는 비크에 있는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찰이 문의하자 호텔 주인은 군힐드라는 여성이 20년 전 근무한 적은 있다고 응답한다. 경찰은 20년 전 스웨덴으로 돌아간 군힐드가 다시 나타난 것인가 추정하다가 스웨덴에서 군힐드의 행방을 찾는데 그곳에선 군힐드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군힐드는 병원에 들른 그리마의 아버지 토르와 마주치자 반가워하고, 토르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군힐드는 과연 누구인가. 유령인가, 스웨덴에서 비밀리에 비크를 찾아온 사람인가, 인간 상식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존재인가. 스웨덴에 사는 중년 여성 군힐드가 비크로 향하면서 의문은 더욱 커진다.

②과거와의 조우는 축복인가 악몽인가

군힐드라는 의문 부호에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또 다른 기묘한 일이 발생한다. 아우사가 화산재를 뒤집어쓴 채 그리마 앞에 나타난다. 그리마 가족은 어떻게라는 물음표를 떠올리기보다 1년 만에 생환한 아우사가 그저 고맙기만 하다.

아우사가 돌아온 후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아우사는 마을의 골칫거리였다.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았다. 재활 노력을 했으나 언제 다시 중독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몰랐다. 가족은 아우사가 돌아와 다행이나 잊고 있던 과거와 마주한다. 그리마는 아우사와의 재회가 기쁘면서도 당황스럽다. 토르도 마찬가지다. 딸인 아우사를 통해 뼈아픈 과거를 떠올려야 하는 동시에 군힐드의 등장은 옛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요컨대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해 과거와 조우하게 됐는데 이는 축복인가, 악몽인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화산 폭발처럼 피할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그저 자연 현상의 하나로 봐야 하는 걸까. 그리고 이 기현상의 끝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③화산재만으로도 쌓이는 수수께끼

알 듯 모를 듯한 모든 일은 화산 폭발과 연관된 듯하다. 비크의 전경 자체가 거대한 수수께끼이자 모순덩어리 같다. 얼음과 눈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뜨거운 열이 화산에 잠재돼 있다. 맑은 바다의 파도가 화산재로 더럽혀진 해안으로 몰려온다. 디스토피아의 풍경을 지닌 이곳에서 과학과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는 게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자연은 이 드라마의 주요 캐릭터 중 하나다. 하늘로 끝없이 치솟은 화산 연기, 화산재가 쌓인 도로와 건물 지붕, 휘몰아치는 화산재 폭풍, 하얀 깃이 달린 까마귀, 을씨년스러운 바다 풍광 등이 기기묘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메라는 여러 풍광을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수평으로 넓게 포착하는 등 다양한 각도와 시점에서 전하며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반영한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우리에게는 낯선 아이슬란드 드라마다. 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런 의문들이 든다. 인구 34만명 가량인 소국에서 어떻게 이런 고품질 드라마를 만들 수 있지? 저 기이한 풍광은 어디까지 실제이고 어디까지 컴퓨터그래픽(CG)이지? 사람들은 화산과 빙하라는 영구적인 장애물을 극복하고 어떻게 터전을 일궈왔지? 등등. 낯선 나라의 낯선 풍경을 만나는 건 언제나 신기하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수준급 이야기를 접하는 건 경이롭다. 신비로운 자연과 기이한 사람들의 사연이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만으로도 엄지가 자연스레 올라갈 드라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시청자 78%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