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 없다는 모란시장, 개196마리 불법 도살했다

입력
2021.07.09 09:26
동물해방물결·LCA, 8개월간 건강원 등 6곳 추적
관찰된 196마리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 고통사
개·고양이 식용 금지 담은 동물보호법 통과 시급



2018년 개 도살장을 모두 철거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내 건강원 2곳이 여전히 개를 직접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해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올해 초복(11일)을 앞두고 9일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개월 동안 모란시장 대형 건강원 2곳과 해당 건강원이 파는 개들이 조달되는 도살장, 경매장, 개농장 등 총 6개 업장을 직접 추적하고 감시한 결과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기간 동안 관찰된 개 196마리 모두 현행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고통사했다. 건강원 2곳은 각각 경기 여주시에 도살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고, 도살장에선 매일 또는 주 3, 4회, 평균 10~30마리를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전기로 도살했다. 전기봉을 입에 물리거나(41%), 몸 여기저기를 마구 찌르는 방식(57%)이었으며 전기봉이 물리는 순간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비율은 2% 정도였다.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같은 종류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제8조 1항의 1호와 2호를 위반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대법원은 전기봉을 이용한 개 도살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동물학대' 행위로 보고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들은 도살되기 직전까지 뜬장(배설물이 빠지도록 철제 막대를 엮은 사육 상자)에 갇혀 음식물 쓰레기를 제공받거나, 운송용 철망에 가득 넣어진 채 방치됐다. 일부 개들은 심각한 안과, 피부과 질환을 앓고 있었고 극도의 심리적 불안과 공포로 주저앉는 증세를 보였다.

특히 도살장 작업자들은 철망에 넣은 개들을 트럭으로 운송해온 뒤 하차하는 과정에서 '동물이 들어 있는 운송용 우리를 던지거나 떨어뜨려서 동물을 다치게 하는 행위'를 보였는데 이 역시 동물보호법 제9조 1항 4호 위반이다.

개들 가운데 일부는 목줄을 차고 있어 동물등록대상인 '반려견'이었다가 유기 또는 매매된 것으로 추정됐다. 동물해방물결은 조사 기간 중 모란시장 내 건강원으로 직접 '반려견'을 끌고 와 팔아넘기는 사례를 목격하기도 했다.

동물해방물결은 9일 새벽 여주시 지역 경찰과 함께 조사 대상지였던 두 곳 도살장을 급습했다. 이어 도살장 관계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이번 조사는 정부와 국회가 부정하고 방치해온 개 도살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고발한 사례다"라며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동물 학대 행위를 어떻게 근절할지, 정부와 국회는 개 도살 금지법 제정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해방물결 법률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도희 변호는 "그동안 개 도살 금지를 위해 여러 법이 고안됐지만, 현재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누구든지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하여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라며 "국내 개 도살을 전면 금지할 수 있는 이번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동물해방물결은 조사 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캠페인 영상을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할 예정이다. 한국어판 캠페인 영상(bit.ly/stopdogslaughter)은 배우 임세미씨가, 영문판 캠페인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h2dZySQ1-cQ)은 미국 배우 킴 베이싱어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자세한 조사 내용과 사진, 캠페인 영상 자료는 캠페인 홈페이지(www.stopdogslaughter.com)와 동물해방물결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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