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반발에 풀어준 '훈련소 방역 완화'가 패착?… 살얼음판 걷는 軍

입력
2021.07.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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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까지 통제" 과잉 방역 논란에 샤워 허용
감염원 오리무중... 입영자도 백신 우선 접종

군 최대 신병 훈련기관인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처음으로 70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확진이 발생했지만 감염 경로는 이틀째 오리무중이다. 최초 확진자는 물론 집단 감염자들도 입소 당시 두 차례 실시한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훈련소가 4월 “배변까지 통제한다”는 훈련병들의 집단 반발에 방역 수칙을 완화한 것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오후 6시 기준) 육군 훈련소에서 24명의 추가 확진이 확인되면서 누적 감염자는 77명이 됐다. 이 가운데 74명은 모두 지난달 14일 입소한 훈련병들로 같은 교육대 소속이다. 추가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동선이 겹치는 다른 중대 소속 훈련병과 간부 등 400여 명에 대한 검사를 완료했지만 군 당국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감염원을 몰라 집단감염 사태가 언제, 어디서 재발할지 예단할 수 없어서다.

매주 3,200명, 연간 16만 명이 입소할 만큼 인구밀도가 높은 훈련소가 지금껏 선방할 수 있었던 건 고강도 방역지침 덕분이었다. 올 4월까지는 입소 후 1차 검사 결과가 나와야 양치ㆍ세면을 허용했고, 샤워와 ‘노 마스크 취침’도 2차 검사 결과 후에나 가능했다. 화장실도 생활관별로 정해진 칸만 사용한 데 더해 간부들이 대기하면서 수시로 소독했다. 훈련병들이 6주 신병교육을 받고 전국 각지의 부대로 흩어지는 구조상 훈련소가 뚫리면 전군이 마비되는 탓에 2중, 3중의 방역그물을 친 것이다.

하지만 반발이 적지 않았다. 훈련병들은 4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를 통해 “10일간 샤워를 금지하고 용변까지 제한하는 건 과도한 인권침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마침 부실급식 사태까지 터져 곱지 않은 여론의 시선이 쏠리자 육군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1차 검사 결과만 나와도 양치ㆍ세면은 물론 샤워도 허용하고 마스크를 벗은 채 잠을 자도록 했다. 최대 30여 명을 수용하는 생활관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발생하면 집단감염으로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군 관계자는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훈련을 지휘한 간부나 장교 확진자는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방역에 취약한 훈련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사각지대였다. 30세 미만 장병에 대한 백신 접종이 지난달에야 시작된 까닭에 훈련병들까지 챙길 여력은 없었다. 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는 12일부터 예비 훈련병도 현역병 입영 통지서를 소지하면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논산시도 군과 협의해 훈련병 4,000여 명을 상대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의 접종 시행계획에 따라 7~9월 입영 장병들을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이번 주부터 대상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