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는 동의 없이 몰래 찍는 것이므로 해서는 안 되고, CCTV는 동의하에 찍는 것이므로 괜찮다.‘
몰카는 대부분 개인의 만족이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동의 없이 은밀한 장소나 행위 등에 대해 이루어진다. 반면에 거리곳곳에 즐비한 CCTV는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억울한 상황에 처해졌을 때 나를 도와줄 증거가 되리라는 믿음을 갖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이나 거부감이 없다.
‘수술실 CCTV’ 라는 특수한 상황의 논제가 보편적 주제로 부각되면서 급기야는 정치적 이슈의 중심에 놓여 버렸다. 모 기관에서는 98%가 설치를 찬성한다고 하고, 모 언론에서는 48%대 49%로 찬반이 팽팽하다고 한다.
수술실 CCTV라는 주제를 논하려면 우선 ‘수술실’이 갖는 특수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바탕 위에 진행돼야 한다. 수술실이 은밀한 공간이라는 둥, 환자는 마취된 상태에서 불가항력의 상태라는 둥의 인식이야말로 선정적이기 이를 데 없는 시선이다. ‘은밀’한 공간이라는 전제가 수술실이 의료적 처치의 공간이며 고도의 집중력과 술기를 필요로 하는 특수한 공간이라는 정의를 압도해버린다. 마치 모텔 방이나 으슥한 밤거리 뒷골목 같은 상상을 일으켜 몰카를 들여다보는 듯한 불온한 호기심을 유발시켜 버렸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필자는 아주 심한 염증이나 오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환자에게도 심각성을 알려 주기 위해서 가끔 ‘여기 좀 보세요’라고 말하면서 진단용 카메라에 비친 영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이 영상에는 오직 환부만 비칠 뿐이다). 이럴 경우 환자의 태반이 ‘싫어요, 안 볼래요’라고 말한다. 설령 본인의 몸이라 해도 민망한 생식기 부위나,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보는 것은 의사가 아닌 사람에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의료진이 아닌 타인이 나의 벌거벗은 모습과 소변줄 꽂는 모습, 배를 가르고 내장이 드러나고 피가 분출하는 모습을 본다는 상상은 수치스러움을 능가하는 공포심을 유발한다.
아내가 출산하는 장면을 본 후,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 뒤로는 아내와 잠자리를 하기가 꺼려진다고 상담하는 남편들이 종종 있다. 차라리 안 보는 게 좋았겠다고 말한다.
수술실 안에서 일어난 불법적인 행동은 그 불법성 자체로 판단하고 처벌해야 한다. 일부 범죄자의 불법행위를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법 제정에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졸속 행정과 졸속 입법의 사례가 어디 한둘이던가. 모든 범죄가 법으로 예방이 된다면 세상에는 모래알처럼 많은 법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 하나. 모든 게 기록되고 모든 게 공개되는 ‘투명한’ 사회는 과연 우리가 원하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