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정권 퇴진 연결될 수도"…선수촌 방역·백신 공급 난리 난 日

입력
2021.07.08 16:30
이영채 日게이센여학원대 교수, 현지 분위기 전해
"선수촌·입국 방역 문제에 대한 불만 곳곳서 나와"
"스가 도운 전문가들도 등 돌려…선거 참패가 방증"

일본 도쿄에 다시 긴급사태가 선포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도쿄올림픽을 무리하게 추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올림픽 선수촌의 허술한 방역 체계가 드러났고, 백신 수급도 불안정해 일본 국민의 불만은 폭증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도쿄도(東京都) 의회 선거에 참패해 스가 정권은 위기에 직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가 정권이 올림픽을 열 수 있게 도왔던 감염병 전문가들도 등을 돌리는 상황이라 올림픽 이후 '스가 정권 퇴진'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방역 당국자도 '선수촌 집단감염 대책 없다'고"

일본 전문가인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백신 공급과 방역 대책이) 체계적으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까, 스가 정권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돼 결국 스가 정권 퇴진으로 갈 수 있다는 예상이 (일본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각국 선수들의 입국 단계부터 방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수촌에서도, 관계자 중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공항에서 무증상자 선수들이 그대로 선수촌에 간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선수촌이 집단 클러스터가 되는데, 현재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라며 "방역 당국자들도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고 계속 이야기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공항 입국 대책이 미흡하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같은 경우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백신 공급 차질에 지방서 중앙정부 불신 커져"

이 교수는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 스가 정권에 대한 일본 국민의 반감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6월까지 모더나로부터 백신 4,000만 회분을 받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1,370만 회분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스가 총리가 미국에서 받아 오기로 한 화이자 백신의 절반 이상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백신 접종 시설을 철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림픽 전까지 집단면역을 이루겠다는 일본의 야심찬 계획은 물 건너갔다"며 "공급 계획과 지방자치단체와의 의견 조율이 안 되는 등 시스템이 다 정지돼 있어 지방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분노가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경우 질병 관리 기관에 모든 권한을 준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후생노동성만 코로나19를 관리하고 있어 방역에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생노동성은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부처다.

"올림픽 개최 도운 시게루, 빠져나갈 구멍 찾는 중"

이 교수는 스가 정권을 위해 도쿄올림픽 유관중 개최를 주장해 온 방역 전문가들도 정부에 등을 돌렸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의 전문가 회의의 방역 책임자인 오미 시게루(尾身茂) 분과회 회장이 5월부터 입장을 바꿔 '올림픽 개최가 상식적이지 않고 무관중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시게루 회장은 일본의 긴급사태 선언을 중지시키고 올림픽을 강행할 수 있게 근거를 제시해 준 대표적 학자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어용학자란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게루 회장이 돌변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의아해한다"며 "델타 변이가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스가 정권이 책임을 지지 않고 전문가들에게 뒤집어씌우는 게 두려웠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또 "올림픽이 끝나면 전문가직을 유지하기 어렵고 모든 책임을 져야 될 수 있다"며 "스가 정권이 지켜주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오히려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스가 정권에 대한 불신이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참패로 드러났다고 했다. 앞서 5일 치러진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연립 여당인 공명당 포함)이 전체 의석 127석 중 56석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 교수는 "자민당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가 이끄는 도쿄퍼스트회가 영향력이 없어 (자신들이) 압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역대 자민당 의석 중 두 번째로 적은 의석을 얻었다"며 "실질적인 대패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민당이 패배하면서 (도쿄 긴급사태 선포와) 올림픽 무관중으로 이어졌다고 이해해야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