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진출했던 외국 요식 기업들이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 2월 군부 쿠데타로 인한 전국적인 시위와 소요도 견뎌냈지만 최근 급격히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는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악화일로인 미얀마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외국기업들의 미얀마 탈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8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최근 현지시장 철수를 결정한 외국 요식 기업은 미국의 앤티앤스(Auntie Anne’s)와 중국의 리틀쉽(Little Sheep), 대만의 코이 테(KOI The) 등 3곳이며, 태국의 유명 액세서리 체인점 젤리 버니(Jelly Bunny) 역시 현지 매장 폐업을 선언했다. 앤티앤스를 비롯 KFC 등 글로벌 요식기업을 현지에서 운영 중인 싱가포르의 요마 홀딩스(Yoma Holdings)는 추가 사업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식업에서 시작된 철수 움직임은 유통 및 통신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대형유통기업인 이온(AEON)은 최근 1억8,000만 달러 규모의 쇼핑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현지 2위의 통신사인 노르웨이의 텔레노르(Telenor) 역시 이날 레바논 투자사에 미얀마 사업권을 매각했다. 텔레노르는 미얀마 전체 인구(5,400만 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8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3년 전 어렵게 매장을 낸 외국기업들의 조기 철수는 그만큼 현지 정치 및 방역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양곤 등 대도시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현재 미얀마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창궐로 시민들의 이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외국기업들은 시민 불복종 운동(CDM)을 포기하지 않는 의료진이 있는 한, 앞으로도 군부가 정상적인 국가 방역을 이뤄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상황도 설상가상이다. 우선 현지화폐인 짯의 가치가 대폭락했다. 쿠데타 직전인 올 1월 30일 1달러당 1,328짯이던 환율은 이날 현재 1,649짯까지 올랐다. 원자재를 수급하는 것도 어렵다. 대다수 국가들이 미얀마를 위험 지역으로 선정하면서 올 2월 이후 대부분의 항구가 멈춰선 탓이다. 육로 활용은 위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 현재 미얀마 동서부는 소수민족 반군과 정부군이 치열하게 교전하는 지역이다.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미얀마 진출 한국 대기업들은 굳건히 버티고 있다. 삼성과 LG 등은 최근 현지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신한은행 등 금융권도 재택 근무를 풀고 현장 업무를 진행 중이다.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를 건설 중인 GS건설 등도 최소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공사 정상화를 기다리고 있다.
양곤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포기하면 지난 10년의 진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며 "현지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계속 확진돼 어려움이 많지만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가볼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