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70%가 20대… 英 대학 도시, 코로나 감염 거점 됐다

입력
2021.07.08 18:30
대학생 등 젊은이들, '델타 변이' 취약계층
백신 접종률도 평균보다 20%p가량 낮아
기숙사·공동주택 등 학생 주거형태도 영향

유서 깊은 영국의 대학 도시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델타(인도) 변이가 퍼지고 있는데, 대학 도시들은 전체 주민의 약 70%가 20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생들은 기숙사나 셰어하우스 등 여러 명이 공동의 생활 공간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아 바이러스 확산 속도도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대학생 인구 비율이 높은 도시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최초의 대학교인 옥스퍼드대가 있는 옥스퍼드시의 이번 주 10만 명당 확진자 수는 2,144명으로, 영국 내에서 가장 많았다. 영국 전체(239명)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로, 옥스퍼드시 감염률이 어느 정도로 높은 수준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찬가지로 대학 도시인 더럼시와 리즈시의 10만 명당 확진자 수도 각각 2,011명, 1,524명으로 영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유독 대학 도시에서 감염이 확산되는 이유는 20대 거주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지는 델타 변이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는 얘기다. 옥스퍼드 시민 중 학생 비율은 전체의 69%고, 더럼시의 경우 73%가 대학생이다. 영국의 백신 접종은 작년 12월 시작됐지만, 18~20세 사이의 성인은 지난달 17일부터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자연스레 대학 도시의 백신 접종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기준 영국 성인의 86.4%가 1차 접종을, 64.6%가 2차 접종을 각각 마친 반면, 옥스퍼드시 거주 성인의 1·2차 접종 비율은 각각 60%, 35%에 그쳤다.

거주 형태가 감염 확산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학생들의 경우 기숙사나 셰어하우스에서 지내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는 곧 주방과 거실, 화장실 등을 공유하며 생활한다는 걸 의미한다. 제임스 루이스 리즈 시의회 의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동주택에 살고 있어 바이러스와 접촉할 가능성도 매우 높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학들은 시 정부와 협력해 학생들의 자가격리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옥스퍼드대는 이날 가디언에 “코로나19 감염 사례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고 있다”며 “양성 판정을 받은 학생은 즉시 자가격리 조치하고 학교에서도 이들의 격리생활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