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끌어다 쓴 돈이 5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동학·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리면서, 가계의 주식투자액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순자금 운용액, 즉 가계의 여윳돈은 44조 원으로 1년 전(65조9,000억 원)보다 22조 원 가까이 줄었다. 한은은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에 따라 민간소비가 늘고, 주택 투자도 확대된 영향"이라며 여유 자금이 줄어든 배경을 분석했다.
1년 새 가계대출 규모는 크게 늘었다. 1분기 가계가 금융권에서 끌어다 쓴 돈은 52조8,000억 원으로, 1년 전(15조2,000억 원)보다 247%(약 38조 원)나 급증했다. 직전 분기(58조9,000억 원)보다는 6조 원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50조 원대를 웃돌았다. 가계는 초저금리의 힘으로 지난해에만 이미 171조7,0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빌렸다.
지출로 연결되지 않은 가계 여윳돈은 대부분 주식 투자에 들어갔다. 1분기 가계의 국내 및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각각 36조5,000억 원과 12조5,000억 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식 투자가 늘면서 가계 전체 금융자산 내 주식 비중도 20.3%를 차지해, 1년 전(13.7%)보다 6.6%포인트, 직전 분기(19.4%)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가계 예금 규모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가계는 저축성 예금 등에 41조3,000억 원을 투입했지만, 올해 1분기 그 규모가 28조9,000억 원으로 1.5배 가까이 쪼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