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때 '숲' 경험 여든까지 간다

입력
2021.07.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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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으로부터 꾸준히 배우고, 또 자연의 섭리를 모방하면서 살아왔다. 최근에 밝혀진 인류의 기원에 대한 사실은 현생인류의 역사가 7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2002년 아프리카 차드에서 발굴된 '투마이(Toumai)' 두개골을 복원한 결과 유인원이 아닌 인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투마이 두개골을 복원하자 직립 보행을 하는 호미니드(hominid·사람科)의 특징이 드러났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지닌 인간은 그 삶의 대부분을 자연과 함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고생물학자나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탄생이 바로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숲이었다고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숲에서 탄생한 인간은 그 이후 숲에 의존하고 숲에서 지혜를 배우며 그 삶을 영위해 나갔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숲은 배움의 장소요 지혜의 보물과 같은 창고이다. 숲을 공부하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숲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숲으로부터 지식이든 지혜든 배우려 한다는 것이다. 숲으로부터 배우는 지식은 환경 인식을 높이고 개인적인 성취감을 줄 뿐 아니라 내 중심이 아닌 공동체 지향의 행동을 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교실에서 배우는 지식과는 달리 숲과 자연에서 배우는 지식과 지혜는 인식적 수준을 넘어 가치관과 행동의 변화로까지 이어지는 참다운 교육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일수록 자연과 친하게 하고 숲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과 숲을 통한 배움의 중요성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사회, 그리고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많은 환경심리학자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사실은 어렸을 때의 자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지식은 평생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우리 속담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처럼 어렸을 때의 올바른 환경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또한 어렸을 때에 형성된 자연에 대한 건전한 인식과 태도는 그 사람의 평생의 삶을 좌우한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숲이나 자연의 경험이 성인이 된 후에도 여가와 휴양 활동의 선택이나 자연에 대한 감상 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따라서 평생 풍부한 삶의 질을 추구하는 데 큰 공헌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어릴 때의 숲 경험이 사회 전체에 주는 역할은 말할 필요 없이 크다. 사회란 개인 개인이 모여 이루어지고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은 곧 사회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환경과 자연에 대한 인식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연을 존중하고 올바른 가치를 알게 한다.

숲을 통한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스스로 참여하는 능동적 배움이다. 관찰과 체험을 통해서 스스로 일깨우는 이 배움은 평생을 잊지 않고 생활과 행동으로 나타나며 건전한 가치관과 인생관으로 형성된다. 숲속에서 다른 나무에 치여 잘 자라지 못하는 나무를 솎아 베어주며 생태계의 경쟁원리를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 또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모으는 나비를 보며 공존하기 위해 협력하는 자연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 숲에서의 배움은 나만을 내세우는 이기적 삶보다는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산 교육이다.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ㆍ전 산림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