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이라크에 있는 미국 관련 시설들이 잇달아 로켓·무인기(드론)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미군의 공습을 당한 친(親)이란 무장 세력의 보복일 가능성이 크다.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군 주도의 국제연합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서부 아인 알-아사드 공군 기지에 로켓이 날아들었다. 국제연합군 대변인 웨인 마로토 대령은 알-아사드 공군 기지 및 주변 시설에 로켓 14발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3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부상자 중 미국인이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연합군 측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미군이 지원하는 쿠르드족 반군 시리아민주군(SDF)은 드론 공격을 받았다. SDF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동부 이라크 국경 지역 알오마르 유전을 드론이 습격했다며 공격이 “성공적이지 못했고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SDF는 시리아 동부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과 함께 이슬람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 소탕전을 벌이고 있다.
전날 오후에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 지역 에르빌에 있는 미군 기지를 폭탄이 탑재된 드론이 공격했다. 쿠르드 자치 당국은 공격 직후 발생한 화재를 진화했고 인명 및 물적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5일에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 상공에서 무장 드론 한 대가 격추됐고, 미군이 주둔한 서부 사막의 이라크 공군 기지 쪽으로 로켓포 3발이 발사되기도 했다.
현재 IS 격퇴를 위한 연합군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은 2,500명가량이다.
공격은 지난달 27일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 간 국경 지대의 친이란 민병대 기지를 폭격한 뒤 집중되고 있다. 공습 후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는 목숨을 잃은 4명의 대원을 추모하는 거리 행진을 벌였고, 대미 복수를 천명했다. 친이란 민병대 중 하나인 카타이브 사이드 알슈하다(KSS)의 아부 알라 알왈레 사령관은 6일 AP에 “순교자들을 위해 복수할 것”이라며 “질적 수준이 높은 공격이 공중, 바다, 국경 지역 어디서든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공공연한 전쟁”이라고도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도 대리 세력을 거들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제재뿐 아니라 중동 정책에서도 실패한 길을 계속 걷고 있다”며 “이런 행동(공습)들은 지역의 안정을 깨뜨리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미국·이란 간 긴장 수위가 급상승한 건 지난달 18일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에 적대적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당선되고부터다. 이틀 뒤 곧바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멈췄고,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지속하며 핵무기 제조 능력을 키워 가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애초 2015년 핵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탄도미사일 개발 및 친이란 대리 세력 지원 제한까지 제재 해제 조건에 추가하기를 바라지만 이란은 원상 복구가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합의라며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