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4' 현대차그룹, R&D 투자 규모는 뒤에서 4등

입력
2021.07.07 17:24

글로벌 13개 자동차 그룹 중 매출액 4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에선 10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7일 13개 자동차 그룹의 2020년 R&D 투자 동향을 조사한 '2020년 주요 자동차 그룹의 R&D 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R&D 투자액은 조사 대상 13개 자동차 기업 중 테슬라(+11%)를 제외한 12개 업체에서 줄었다. R&D 투자액 규모는 폭스바겐이 전년 대비 2.9% 감소한 138억8,500만 유로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도요타(-1.8%)와 다임러(-10.6%)가 각각 86억2,000만 유로와 86억1,400만 유로로 나타났다. 포드(63억2,400만 유로)와 BMW(62억7,900만 유로), 혼다(61억6,700만 유로), GM(55억2,240만 유로), 닛산(39억8,060만 유로), FCA(38억6,600만 유로) 등이 뒤를 따랐다. 현대차그룹은 35억7,600만 유로로 10위에 그쳤다.

보고서는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기업의 매출액과 R&D 투자액은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 대비 0.4% 줄었고 R&D 투자액은 0.5% 감소해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의 매출액은 폭스바겐과 도요타, 다임러에 이어 4위를 차지해 포드와 GM 등을 제쳤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9%로, 조사 대상 중 가장 낮았다. 닛산(6.4%)과 르노·BMW(6.3%), 폭스바겐(6.2%) 등과 크게 차이 났다.

R&D 투자 규모 1위인 폭스바겐그룹의 경우 아우디, 벤틀리, 포르쉐 등 3개 프리미엄 브랜드의 그룹 내 판매 대수 비중은 23.3%(130만 대)에 불과했지만 매출액 비중은 42.9%로, 약 1.8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가 12만9,000대로 전 세계 판매(374만 대)의 2.9%에 불과하기 때문에 R&D 투자 확대와 더불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전동화 부문에선 R&D 투자 비중이 높은 폭스바겐, 다임러 등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3년 만에 중국 등을 제치고 시장주도권 탈환에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은 비교적 빠른 전기차 개발 투자로 순수전기차(BEV) 모델을 2017년 4종에서 2020년엔 10종으로 확대했지만 GM(9종)·폭스바겐(16종)·다임러(8종) 등이 R&D 투자를 확대하면서 추격전에 나선 상태다. 특히 BEV 시장점유율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6.3%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폭스바겐(10.5%), GM(10.8%) 등 R&D 투자 상위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이 대폭 증가했다.

협회 측은 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이유에 대해 매출액 대비 낮은 영업이익률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R&D 세액 공제가 투자액 중 0∼2%에 불과해 프랑스(30%), 영국(13%), 캐나다(15%) 등 선진국보다 낮은 점도 언급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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