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공군 부사관 사건의 공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현역 육군 장성이 성추행 혐의로 구속되자 군 수뇌부가 결국 반성문을 썼다. 7일 서욱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전군 주요 지휘관들은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로 군 구성원의 성 인식이 부족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사태 여파가 서 장관에까지 미치는 걸 막으려는 듯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장성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는 시종일관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에 진행됐다. 서 장관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장성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우리 군의 자정능력을 의심받는 것은 대단히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일벌백계를 약속했다. 또 “누구라도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휘관들부터 높은 수준의 인권의식과 성인지 감수성을 갖춰 달라"고 주문했다. 서 장관은 ‘분골쇄신’ ‘발본색원’ ‘환골탈태’ 등의 표현을 동원해 고강도 개혁 의지를 강조하려 애썼다.
참석자들도 회의에서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당시 군내 성폭력 예방과 대응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초동 조사와 수사 등 사후 처리도 미흡했다고 고백했다. 이에 성폭력 예방 관련 각종 제도 재정비, 여성과 초급 간부를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및 실태조사 등 정책 수요자 관점에서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별도로 국방부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전날 밤 신고 접수부터 해임까지 장성 성추행 사건 조치 전 과정을 시간대별로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4시 20분 가해자 A 준장의 성추행 신고가 접수됐고, 오후 6시에 보고받은 서 장관이 즉각 “엄중 조치”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피해자ㆍ가해자 분리에 이어 당일 오후 10시 50분 A 준장은 보직 해임됐다. 국방부는 “피해자 신고에서 가해자 구속까지 나흘이 걸렸다”며 “국선변호사 선임과 피해자 심리상담 등도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빠른 처리를 강조했다. A 준장 소속이 국방부 직할부대라는 점에서 사건의 불똥이 서 장관에게 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국방부는 성추행이 음주 회식 후 2차 노래방 모임에서 일어난 것과 관련해선 “회식 금지기간이 아닌 데다 인원도 4인 미만이고 오후 10시를 넘기지 않아 방역지침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 장관 등 국방부 수뇌부의 직접적인 관리 책임은 없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