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친(親)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로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무게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선 일정 연기와 기본소득을 두고 친이재명으로 기우는 듯싶더니 여배우 스캔들에 대해서는 반이재명 태도를 취하면서다.
7일까지 3차례 진행된 민주당 예비후보 TV토론에서 추 전 장관은 이 지사와의 관계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동의하는 추 전 장관은 3일과 5일 토론회에서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한 후보들과 다른 입장을 취했다. "(이 지사가) 말 바꿨다고 날 선 비판을 하는 것은 지지자들이 보기에 유감"이라거나 "윤석열 후보를 갖고 우리 후보(이 지사)를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이었다. 이 지사는 "지원해줘서 각별히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추 전 대표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이 지사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자, 당내에선 '명추 연대' '재미 연대'라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은 6일 토론회에선 공세 모드로 돌아섰다. 기본소득이 자신의 1호 공약이 아니라고 한 이 지사의 발언을 지적하며 "갑자기 대표공약이 아닌 것처럼, 성장 우선이라고 하나"라고 따졌다. 이 지사가 5일 TV토론에서 여배우 스캔들에 대해 추궁당하자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맞대응한 것에 대해선 "엉뚱하고 부적절했다. 사과를 하시면 어떻냐"라고 지적했다. 결국 "하도 답답해서. (그랬다) 유감스럽다"는 이 지사의 답변을 유도해 냈다.
추 전 장관의 변화무쌍한 태도는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이 '친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로 고착되는 데 역동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이 지사 측은 "검찰개혁 외에 다른 사회개혁 이슈에서 추 전 장관이 재조명되고 있지 않느냐"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추 전 장관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이 지사와 연대하지 않으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견제했다.
추 전 장관은 1위 주자인 이 지사에 대해선 기본소득 후퇴를 꼬집고, 2위 주자인 이 전 대표의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을 지적하면서 개혁을 상징하는 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페이스북에선 "개혁에 마주해 두려워 회피한 분들은 더 이상 조국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라"며 '조국 사태'와 거리를 두려는 다른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이 전면에 나설수록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지만 키워준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한 중진 의원은 "경선 단계에서 윤석열을 언급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추-윤 갈등'을 상기시켜 중도층 지지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