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 위에서 낮잠 자는 노동자에게 달려가 '한 번만 더 작업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면 채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안전관리자를 보고 싶어요."
'중대재해법 전도사'로 알려진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꿈꾸는 한국 노동사회의 모습이다. 강 의원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게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경영책임자와 사업주들이 노동자의 안전의무에 경각심을 갖고 적절한 비용을 책정해 기업 윤리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다가 폐기됐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지난해 6월 가장 먼저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이 과정에서 법안을 대표 발의하고, 제정 촉구를 위해 23일간 단식 농성을 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강 의원은 법안을 어떻게 평가할까. 강 의원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5~49인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원청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에 대한 적용도 유예시킨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죽음에도 차별을 만드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기간 삭제 또는 사업장 쪼개기 금지 △경영책임자 범위 명확 △벌금 하한형 및 공무원 처벌 조항 복원이 개정안의 골자다. 강 의원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죽어도 상관 없는 게 아니지 않느냐”라며 “개정안 통과를 위해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고 안 되면 하소연해서라도 어떻게든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성긴 그물을 보여주고, ‘유령 중대재해’ 발생 및 부실한 재해조사 의견서의 실태를 보도한 한국일보의 ‘법 있어도 못 막는 중대재해’ 기획기사에 대해서도 깊은 공감을 표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 산재 피해자가 10만8,000명에 달하고, 매년 1~3급에 준하는 장애를 가져 노동력을 상실하는 사람들이 400명 이상 발생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유령 중대재해’ 처리 방향에 관해 고용부와 보완책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재해조사 의견서 성실 작성 및 외부 공개와 관련해서도, 강 의원은 “재해조사 의견서가 중대재해 예방 역할을 해야 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게 의견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쓸 수 있도록 면책권을 마련하고, 민감한 개인정보 등을 제외하고 사고 원인을 유족과 학계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될 때 원안 후퇴로 눈물을 흘리며 기권표를 던진 강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평택항에서 일하다가 숨진 고(故) 이선호씨를 이야기하며 또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강 의원은 “사업주가 기본적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아버지가 일하는 곳에서 자식의 죽음을 본 가족들은 평생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에선 노동자 안전을 생각하는 양심을 비용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국 노동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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