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아주리 군단’을 유로 결승까지 이끈 ‘만치니 매직’

입력
2021.07.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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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

로베르토 만치니(56) 감독이 2018년 5월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 현실은 참혹했다. 월드컵 통산 4회 우승에 빛나는 ‘아주리 군단’의 명성은 사라지고 축구 변방으로 밀려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탈리아는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스웨덴과의 유럽지역 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 1무 1 패로 밀리며 탈락했다.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며 이탈리아 축구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 축구는 침체기를 걸었다. FIFA 랭킹에서도 역대 최저인 20위까지 추락했다.

만치니 감독은 상처뿐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곧바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60명이 넘는 선수들을 기용해 시험하면서 자신만의 색채를 녹이고 최적 선수 조합 맞추기에 나섰다. 전통적 강점인 수비 조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공격적인 전술 스타일을 추가해 골 결정력도 높였다.

마누엘 로카텔리-조르지뉴-니콜로 바렐라 등이 중심이 된 미드필더는 허리를 장악해 전방에 쉴 새 없이 공격 기회를 줬다. 또 최전방 공격수 치로 임모빌레는 전방에서 빠른 침투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만치니 감독은 빠른 시간 내에 이탈리아 축구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 놓았다. 2018년 10월 11일 우크라이나와 친선전 1-1 무승부를 시작으로 33경기 동안 한번도 패하지 않고 28승 5무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역대 가장 낮은 20위까지 떨어졌던 FIFA 랭킹도 7위로 10위 내 진입에 성공했다.

‘만치니 매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는 ‘무적 함대’ 스페인을 물리치고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에 올랐다. 53년 만에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탈리아는 7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전에서 스페인과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2년 이후 두 대회 만에 다시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월드컵에서는 네 차례나 우승한 이탈리아지만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자국에서 열린 1968년 대회 때 딱 한 번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12골을 터트려 스페인(13골)에 이어 최다 득점 2위다. 그리고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3경기 등 총 6경기에서 실점은 3실점에 그쳐 강력한 공수를 겸비하도록 요구한 만치니 색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만치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토너먼트가 시작되기 전 많은 사람들은 우리를 믿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결승전을 원했고 이뤄냈다”고 기뻐했다.

이탈리아는 12일 오전 4시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53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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