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첫 민생행보에 '안보·탈원전·청년·충청대망론' 다 담았다

입력
2021.07.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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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탈원전, 청년 그리고 충청 대망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첫 민생행보에 담긴 메시지들이다. 윤 전 총장은 6일 첫 민생행보 장소로 대전을 방문해 "저의 뿌리는 충남"이라며 "충청 대망론은 지역민의 정서"라고 강조했다. 천안함 희생자 묘역을 찾아 '안보' 이미지를 강조했고, 2030대 대학생들과 만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분야들을 겨냥한 '다중포석'으로 보수층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묘역과 한주호 준위 묘소,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등을 차례로 참배했다.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를 한 차림으로 50분가량 현충원에 머물며 이들 묘역 앞에 꿇어앉아 비석 하나하나를 살폈다. 그는 묘비를 바라보며 "여긴 스물한 살이고 여기는 스무 살이고"라고 되뇌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꽃다운 나이에 인생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국가를 위해 순국한 젊은 영령들을 진심으로 애도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안보와 보훈을 강조한 행보는 야권 유력주자로서 '보수 표심'에 코드를 맞춘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도 천안함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방명록에는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썼다. 다만 "보수 편중 행보가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이념 지향을 따지지 않고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한 일이면 뭐든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탈원전 행보'에 나섰다.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아 원자핵공학부 학생과 연구원 등을 만난 윤 전 총장은 "에너지정책은 산업경쟁력과 국민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라 장기간에 걸친 전문적인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진행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너무 갑작스럽게 변화가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청년들을 겨냥한 구애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탈원전 정책 때문에 우수 재원들이 많이 이탈하고 방황하고 혼란을 겪고 있다"며 "원자력공학을 공부하는 청년 연구자들과 젊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학생들과 오찬을 한 뒤 '만민토론회: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행사에 참석했다.

당초 윤 전 총장의 첫 행선지는 호남이 거론됐다. 중도층과 탈진보층 등 외연 확장을 강조한 만큼 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이 많은 호남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대선 본선의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충청을 찾아 '충청 대망론'에 화답했다. 그는 지역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저는 서울에서 교육받았지만 500년 전부터 부친과 사촌들, 뿌리까지 충남에 있다"며 "저를 놓고 '충청 대망론'이라고 언급하는 것에 대해 굳이 옳다 그르다 비판할 문제는 아니고 지역민의 정서"라고 했다.

김현빈 기자
대전=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