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장모 모해위증’ 의혹 재수사 명령...이유는?

입력
2021.07.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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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분쟁에서 출발, 소송전 이어진 사건
지난해 재차 고발…중앙지검·고검은 불기소
장모 측, 대검 결정에 "납득 불가…정치적 의도"
일각선 "뒷말 없도록 불기소 논리 보강 차원"

검찰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과거 법정에서 모해위증을 했다는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사업 분쟁 상대를 처벌받게 하려고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인데, 문제는 이미 검찰이 두 차례나 불기소 결정을 내렸던 사건이란 점이다. 최씨 측은 당장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반발하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뒷말이 없도록 불기소 논리를 보강하라는 취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지난 1일 최씨가 과거 재판에서 사업 분쟁 상대 정대택씨를 처벌받게 하려 위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재기수사 명령을 서울중앙지검에 내렸다. 재기수사 명령은 대검과 같은 상급 검찰청이 하급 검찰청의 수사가 미진했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을 더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절차다.

앞서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를 운영하는 백은종씨는 지난해 초 ‘정씨 사건을 왜곡하는 데 관여했다’며 최씨와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를 모해위증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이들 혐의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했고, 백씨의 항고를 접수한 서울고검도 지난 4월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대검이 재기수사 명령을 한 부분은 백씨가 고검의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것 중 일부인 '스포츠센터 사건' 관련 모해위증 혐의다.

사건은 2003년 최씨가 정씨 소개를 받아 서울 송파구 한 스포츠센터 채권에 투자한 데에서 출발한다. 당시 53억여 원의 이익금이 발생했는데, 정씨는 '이익금을 균분한다'는 약정을 맺었다며 절반의 몫을 요구했고, 최씨는 '해당 약정은 정씨 강요로 맺어졌다'고 맞섰다. 결국 최씨는 정씨를 사기미수, 강요 등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도 최씨 손을 들어줘 정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정씨는 "최씨가 약정서 작성에 참여했다는 법무사에게 금전을 제공하고 유리한 증언을 부탁했다"고 주장하면서 수년간 소송전을 이어왔다.

법조계에선 이번 재기수사 명령의 배경을 두고 "매우 이례적"이라며 여러 뒷말을 내놓고 있다. 최씨의 위증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이 두 차례에 걸쳐 ‘문제 없다’는 결론은 내린 것은 물론 법원 역시 정씨가 과거 수차례 비슷한 내용으로 위증 의혹을 제기했을 때 최씨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수사 자체만으로도 대선 후보를 공식화한 윤 전 총장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한다. 한 수도권 검찰청의 간부는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꼭 기소 의견이 아니어도 재기수사 명령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정권을 겨냥한 사건들을 수사팀 의견대로 처리한 검찰이 정무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윤 전 총장을 겨누는 모양새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정씨 등이 10년 넘게 비슷한 내용으로 고소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대검이 '이참에 확실한 불기소로 못을 박자'는 취지로 보강을 지시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씨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최씨를 변호하는 손경식 변호사는 "본건과 무관한 백은종씨가 동일한 고소를 제기해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이 불기소 결정했던 것인데 대검이 재기수사 명령을 한 근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재기수사 명령 이유 등 자세한 내용에 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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