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몸값 자랑하던 '귀족조개' 새조개 대량생산 길 열렸다

입력
2021.07.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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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바다에 제방  쌓아 대량 양식 성공 앞둬
어린 새조개 80만패 생육 변화 관찰

독특한 모양, 뛰어난 맛과 식감으로 서해안 겨울 별미로 식도락가의 사랑을 받아 온 새조개를 보다 많은 국민들이 맛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수산자원연구소가 대량 양식에 필요한 최종 단계인 ‘축제식 양식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6일 수산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서산시 해안가에 2㏊ 규모의 양식장을 확보하고 지난달 17일 1㎜ 크기의 어린 새조개 80만 패를 양식장에 넣었다. 축제식 양식은 바닷가에 제방을 쌓고 그 안에 양식생물을 키우는 방식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새조개 대량 양식을 위한 최종 단계"라며 "새조개 종자를 먹을 수 있는 크기로 키우는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양식장 환경과 수온 변화 등에 따른 새조개 생육 변화 등을 살피며 최적의 양식 기술을 찾는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앞서 2016년 새조개 모패를 활용한 인공부화 기술 개발에 착수, 2019년 인공 산란 유도를 통해 새조개 종자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충남도는 이와 별개로 이날 홍성 죽도 인근에서 새조개 종자 50만 패를 바다에 방류했다. 0.5㎝∼1㎝ 크기의 어린 조개는 도 수산자원연구소가 인공부화 방식으로 생산한 것들이다.

새조개는 속살이 새부리 모양과 비슷해 이름 붙여졌다. 찬바람이 부는 시기에 잡은 새조개는 씹으면 단맛과 함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함으로 서해안 대표 별미로 꼽혀왔다. 하지만 생산량이 워낙 적다 보니 매년 1㎏당 5만∼7만원의 고가에 거래돼 서민에게는 ‘귀족조개’로 불리고 있다.

가격이 비싼 원인은 생산량의 급감이다. 인기가 높아지자 간척지 인근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던 새조개는 남획 등으로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 충남의 새조개 생산량은 2003년 1156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2010년 7톤, 2011년 1톤을 잡은 이후 2012년부터 8년간 0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겨우 25톤을 잡았으나 수요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가격이 치솟았고 해마다 홍성 남당항에서 치르던 새조개 축제는 새조개 없는 축제로 전락하는 상황까지 왔다. 수산자원연구소 관계자는 "새조개 양식의 가장 큰 난제인 대량 인공 종묘 생산 기술을 이미 확보한 만큼, 시험 양식까지 성공하면 새조개를 저비용으로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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