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초대형 ‘부패 스캔들’에 연거푸 휘말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이고, 백신 구매 비리 혐의를 받더니, 이번에는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의 임금을 횡령했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브라질 정치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보우소나루 탄핵’이 더 이상은 구호로 그치지 않을 듯한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브라질 뉴스 웹사이트 UOL은 5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하원의원 재임 당시 보좌관들에게 지급한 월급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공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같은 횡령은 1991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지속됐다고 한다. 음성 녹음 파일을 입수해 보도한 만큼, 부정축재 의혹의 근거가 희박하지도 않다.
문제의 음성 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전처인 아나 크리스치나 시케이라 발리의 여동생 안드레아다. 그는 보우소나루의 보좌관이었던 자신의 남동생(또는 오빠) 안드레가 월급에서 6,000헤알을 넘겨줘야 하는데 2,000~3,000헤알만 내놔서 여러 차례 문제가 됐고, 그래서 결국 의원실에서 해고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보우소나루의 인생을 망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이게 바로 그들이 두려워하는 일이다”라는 언급도 했다.
브라질에는 정치인들이 의원실 직원들의 임금 일부를 돌려받는, 이른바 ‘월급 쪼개기’ ‘캐시백’이라고 불리는 불법적 관행이 만연해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도 과거 리우데자네이루 주의원 시절 이 같은 수법으로 돈을 상납받았다는 의혹이 드러나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변호사 프레데리크 와세프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그의 아들은 보좌관의 월급을 횡령한 적이 없다”고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부정부패 의혹이 잇따르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제 사면초가 상태다. 최근 상원 코로나19 국정조사에선 지난 3월 브라질 정부가 인도산 백신(코백신)을 원가(회당 1.34달러)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15달러)에 계약했는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를 보고받고도 묵인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코로나19로 52만 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위중한 상황에서 방역 대책이 엉망인 것도 모자라, 정부 관리의 비리까지 있었다는 사실에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층도 등을 돌렸다. 3일 전국 13개 주(州)에서 열린 시위엔 2018년 대선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속했던 우파 사회자유당(PSL) 지지자들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사법부와 입법부도 칼끝을 각각 겨누고 있다. 2일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겠다는 연방검찰의 요청을 이례적으로 승인했다. 의원 수십명도 지금까지 의회에 접수된 탄핵소추안 100여 건을 모두 종합한 이른바 ‘슈퍼 탄핵안’을 제출하며 본격적으로 탄핵 추진에 나섰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수개월간 의회의 코로나19 조사는 정치적 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국면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보우소나루의 대통령직 유지에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고 평했다. 브루누 브란당 국제투명성기구 브라질지부 국장은 “인도주의적 비극의 한가운데에서 발생한 부패의 추악함은 훨씬 충격적”이라며 “분노가 결국엔 무관심을 압도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