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제2의 현실공간이 될 수 있을까

입력
2021.07.06 19:00
25면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보고, 플랫폼 기반 경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본다.



지난 주말에 3,800원을 주고 구매한 명품 브랜드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더니, 동료들이 다가와 잘 어울린다며 한마디씩 건넨다. 바쁘게 오전 업무를 처리한 후에, 가벼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압구정동에 들러 100㎡의 땅을 2만5,000원에 구입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압구정동이 개발되어 투자한 금액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퇴근 후에는 얼마 전에 구입했던 뉴욕 땅을 되팔아서 올린 수익으로 명품 브랜드 재킷을 2,300원에 구매했다. 그리고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에 자주 가는 카페에 들러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1970년대 재벌 2세의 삶이 아닌 현재 젊은이들이 메타버스에서 누리는 삶이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의 의미를 지닌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버스(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연결을 의미한다. 한 가상 부동산 게임은 지도에서 보이는 땅을 10㎡ 넓이로 쪼개어 사고파는데, 신용카드를 이용해 땅을 살 수 있으며 값이 오르면 되팔아 현금화도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게임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전 세계 땅 가격은 10㎡당 110원(0.1달러)이었지만, 현재 한국 지역의 땅 가격은 10㎡당 2만5,000원(22.7달러) 정도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국내 한 포털 회사에서 운영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는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는 한 벌에 1,000만원까지도 하는 원피스를 3,800원에, 재킷을 2,3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구매한 의류를 아바타를 꾸미는데 사용한다.

현실 세계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많은 젊은이들이 현실 세계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로 몰려들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메타버스에서 사용 가능한 아이템으로 판매하여 수익을 올림과 동시에 현실 세계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실 세계의 대안을 찾는 젊은이들의 욕구는 폭발적인 메타버스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대면 소통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젊은이들은 대면 소통에 대한 욕구를 메타버스를 통해서 채워가면서 메타버스의 성장은 가속화되고 있다. 캠퍼스, 공원, 카페, 클럽 등 익숙한 공간을 메타버스에 구현하고 아바타로 분한 뒤에 만남을 가진다. 미국에서는 10대들의 메타버스 이용 시간이 하루에 156분을 넘어서면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이용 시간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로부터의 도피가 메타버스의 성장 동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보다 생산적인 소통이 가능한 공간,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성장해야 한다. 최근 메타버스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SNS, 마케팅 수단 등의 기능을 넘어 제조·생산, 금융, 교육, 방송·미디어, 문화·예술 등 일과 삶의 전 영역으로 기능을 확장해 가고 있다. 국내 한 스타트업은 올해 초 오프라인 사무실을 아예 없애고 전면 원격근무제를 도입하면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통해 가상 사무실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상 세계에 몰입된 삶은 가치관과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의 건강한 삶에 뿌리를 두고,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서 가상 세계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메타버스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해물 제작 및 유통, 불법 거래, 탈세 등 메타버스상에서의 불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