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테로 일본에 도전하는 박희준 “목표 금메달!” [도쿄올림픽 우리가 간다]

입력
2021.07.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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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에 관심많던 소년, '독학'으로 시작했던 가라테
비인기 종목 설움 견디며 올림픽까지 출전
“아버지 전폭 지원 덕분…이젠 메달 색깔 바꿀 때”

“올림픽에 가게 되다니 정말 기적 같아요. 당연히 목표는 금메달이지요!”

가라테 3단, 태권도 3단, 검도 3단의 무술가 박희준(27)은 가라테를 업으로 삼으면서도 자신이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올림픽 종목이 아닌 가라테를 선택한 순간 이미 접었던 욕망이었다. 올림픽이 도쿄에서 열리고, 가라테가 정식 종목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혹시나’ 했다. 지도자도 심판도 별로 없는 가라테 불모지 한국에서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너무 높아 보였다.

그래서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올림픽 가라테 최종예선에서 3명에게만 허락된 남자 가타(품새) 부문 출전권을 거머쥐게 된 순간을 박희준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말 저조차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기뻤다. 가족 중에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셨다”고 돌아봤다.

그는 어릴 적부터 무술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드라마 ‘야인시대’를 본 뒤론 어딜 가나 싸움 흉내를 냈다. 동네 친구들과 모여 싸움 놀이를 하면서도 지기는 싫어했다.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는 장난꾸러기 박희준을 지인이 운영하는 검도관에 등록시켰다. 그때부터 가라테와의 인연이 시작했다. 관장이 일본에서 공수해 온 DVD에서 가라테를 처음 접했고, 검도관 사람들과 함께 영상을 함께 연구하면서 거의 독학하다시피 가라테를 몸에 익혔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 가라테지만 본격적으로 선수가 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비인기 종목인 가라테에는 실업팀도, 기업 후원도 없다. 수입은 전혀 없었지만 훈련에는 돈이 많이 들었다. 한번 해외에 나가 배우고 들어오려면 400~500만 원씩 깨졌다. 올림픽 선발전에도 일부 자비가 들었을 정도로 열악하다. 포기할까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버지가 막아섰다. “거의 뭐 ‘네가 공부해서 되겠냐’는 식이셨어요. 아버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셨죠. 이제 와 보면 그 덕분에 올림픽까지 나가게 됐으니, 정말 현명한 판단이셨죠.” 박희준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벽에 막혔을 때마다 넘어설 수 있게 도와준 스승들도 있었다. 박희준은 2017년 함께 운동하던 선배를 따라 일본에 방문, 하세가와 유키미츠과 3달을 함께 지냈다. 하세가와는 가라테 세계 챔피언을 6번이나 차지한 가라테의 일인자다. 이듬해부터는 오키나와에서 온 신조 타케루 코치가 한국 대표팀을 이끌면서 2년 넘게 지도를 받았다. 그는 “롤 모델로만 삼던 선생님을 실제로 보고 운동하니 재미를 더 느꼈다”고 했다.

이때 쯤 박희준는 국제대회에서 입상하기 시작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가라테 동메달을 땄다.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메달을 거머쥔 그의 눈엔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이듬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사실 수상하는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됐는데, 정말 눈물이 나더라”며 “이제는 메달의 색깔을 바꿔야 할 때”라고 자신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라테에 걸린 금메달은 남녀 구미테(겨루기) 3개, 가타 1개씩 등 총 8개다. 한국은 가타에서 박희준 1명 출전한다. 일본 전통 무술의 상징으로 불리는 일본무도관에서 8월 6일 열린다. 목표는 금메달이다. 모두가 ‘하지 말라’ ‘가지 말라’하는 논란의 올림픽이지만, 일본무도관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반전의 장면을 꿈꾼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이번 올림픽에서 박희준은 “메달을 따 사람들에게 가라테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 뒤에는 아버지처럼 선생님에 도전할 생각이다. 과목은 당연히 체육. 이미 경기대 교육대학원도 다니고 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보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기왕이면 금메달리스트 선생님이 되고싶어요.”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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