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재력가 행세를 하며 검찰·경찰·언론인 등에 금품을 살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만난 적이 있다고 직접 공개했다.
홍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언론에 회자되는 모 수산업자를 이동훈 기자의 소개로 만나 셋이서 2년 전에 식사를 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때 하는 말들이 하도 황당해서 받은 명함에 적힌 회사 사무실 소재를 알아보니 포항 어느 한적한 시골의 길거리였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사기꾼의 특성은 대부분 명함에 많은 직함이 있고 과시적 소비욕을 드러낸다"고 지적하며, 김씨가 이런 사기꾼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여주는 것을 보고 사기꾼임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만나서 포르쉐, 벤틀리 등 차가 5대나 있다고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줄 때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봤다"고 당시 만남을 회고했다.
홍 의원은 "사기는 언제나 피해자가 헛된 욕심을 가질 때 발생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도저히 당할 것 같지 않은 피해자도 사기를 당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이해하게 된다"며 자신 역시 "사기를 당할 것도 없지만,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또 "정치를 하다 보면 지지자라고 하면서 만나는 수없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두 번 만났다고 해서 바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씨는 포항에서 실제로 수산업에 종사하지 않으면서도 선박이나 수산업에 종사하는 것처럼 꾸며 총 116억 원을 챙긴 혐의로 올 4월 구속됐다. 소규모 언론 매체 부대표 직함을 달고 국회 내에서 열린 행사에서 봉사상을 받아 정치권에 눈도장을 찍었으며, 정치인과 검찰·경찰,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측은 5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4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는데, 홍준표 의원에게 김씨를 소개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을 맡았다가 10일 만에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