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슬로건을 내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여권 내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항하는 신(新)복지 및 중산층 경제론 구상을 밝히며, ‘중산층 70%’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또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정부를 계승할 적통 후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낙연TV’를 통해 공개한 영상 출마선언문에서 “코로나든, 정치든, 경제든, 복지든, 외교든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며 “그런 날을 앞당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삶을 위협하는 요소가 엄청 늘어 청년도, 중년도, 노년도 불안하다”며 “그런 모든 위협으로부터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국가가 보호해 드려야 한다”고 했다. 선언문에는 ‘삶’이라는 낱말이 7차례 등장했다.
이 전 대표는 아름다운 세상, 안전한 삶을 실현하는 방편으로 '신복지'를 제시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이래 복지를 본격 추진해왔으나, 아직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활을 하지 못하는 국민이 있다”며 “주거ㆍ노동ㆍ교육 등의 최저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겠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국민에게 최저생계비만큼 생계ㆍ주거ㆍ의료ㆍ교육 급여를 준다. 하지만 수급대상이 중위소득 30~50%로 제한되고, 요건마저 까다로워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이 많다. 이 같은 맹점을 보완하고, 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실직하거나 아파도 생활 수준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신복지의 골자다.
국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또 다른 축은 ‘중산층 경제론’이다. 이 전 대표는 바이오, 미래차,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 육성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10년 전 65%에서 현재 57%까지 줄어든 중산층 비중을 70%로 늘리겠다”고 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불로소득을 부자들이 독점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며 ‘토지공개념’ 개헌을 제안했다. 토지공개념은 국가가 개인의 토지 소유권을 제약ㆍ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의한 개헌안에 포함됐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민주당의 적통임을 수 차례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대통령은 학교였다. 정치를 배우고, 정책을 익혔다”며 “좋은 철학은 든든하게 계승하되, 문제는 확실하게 시정하겠다”고 했다. 기자 출신인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다.
이 전 대표는 영상 앞부분에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다른 나라 정상들로부터 방역 모범국 평가를 받은 문 대통령 사진을 배치했다. 30% 안팎의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간단하지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ㆍTBS의 이달 2, 3일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지지율은 12.2%로 이재명 경기지사(30.3%)와 상당한 격차가 난다. 부동산 정책 등 현 정부의 실정으로 정권 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이라, 문 대통령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이 전 대표의 전략이 악수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지지율 회복세가 시작됐다”고 낙관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공식채널 ‘이낙연TV’ 구독자가 10만명대를 돌파하고, 지난달 30일 공개된 후원계좌는 이틀 만에 11억 원을 돌파하는 등 친문재인 진영 표심이 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이재명 지사가 ‘미국은 점령군’ 발언 논란과 사생활 의혹에 휘말리면서 이 전 대표의 ‘안정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보는 기류도 이 전 대표 주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