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가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제공받은 뒤, 석달 뒤에 렌트비를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특검 측이 김씨에게 렌트비를 전달했다는 날은 경찰이 김씨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던 시점이다. 박 특검은 렌트비를 지급했으므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차량을 빌린 지 석달 뒤에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주장이라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특검 측 이모 변호사가 김씨에게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의 렌트비를 직접 전달했다는 시점은 올해 3월 초다. 김씨가 직원 명의로 차량을 빌려 제공한 시점이 지난해 12월 중순인 점을 감안하면, 차량을 이용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후불로 렌트비를 지급했다는 뜻이다. 이 변호사는 한국일보에 "3월 초 대구의 한 일식집에서 김씨와 다른 지인 1명이 배석한 자리에서 박 특검이 봉투에 직접 담아준 현금 250만 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박 특검이 이끌던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일했던 경력이 있어 박 특검과 친분이 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9월부터 박 특검 소개로 김씨 회사의 자문변호사로 일했으며, 현재는 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의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박 특검 부인이 타고 다니던 차량을 포르쉐로 바꾸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박 특검 측에 시승해볼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마침 김씨가 '슈퍼카'를 다수 보유한 렌터카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이 변호사가 박 특검 부인이 시승할 차량을 빌려달라고 김씨에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직원을 시켜 포르쉐 차량을 박 특검 자택 주차장에 가져다 놓고 박 특검 운전기사에게 열쇠를 넘겼다.
지난해 12월 박 특검 측에 제공된 차량 대여 계약서는 김씨 직원 명의로 작성됐으며, 렌트비는 당시 해당 직원이 현금으로 대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은 차량 계약서와 박 특검 측에 전달된 차량 사진을 촬영해 보관했다. 박 특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씨 회사가 지방에 있는 관계로 며칠간 렌트를 했고, 그 이틀 후 차량은 반납했다"고 밝혔다. 그는 "렌트비 250만 원은 이 변호사를 통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지만, 돈을 건넸다는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이 변호사가 김씨를 만나 박 특검의 현금 봉투를 전달했다는 3월 초에, 김씨는 오징어 매매 사기 혐의로 한창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3월 말 김씨를 구속하고 4월 초 검찰에 송치했다.
법조계에선 박 특검이 차량을 빌렸을 때 곧바로 렌트비를 지급하지 않은 점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계좌이체를 통하지 않고 현금으로 건넸다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렌트비를 3개월 후에 전달한 점을 보면 처음부터 지급할 생각이 있었는지 의심이 든다"며 "현금으로 전달돼 기록이 남지 않았다면 박 특검 측이 이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