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억 원의 오징어 매매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의 외제 스포츠카(슈퍼카)가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차량들은 김씨가 사기 피해자들 돈으로 구입해 범죄 증거물이나 다름없는데도, 중고차 시장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5일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는 김씨가 몰던 노란색 외제 슈퍼카 한 대가 4억1,000만 원의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해당 차량은 김씨가 오징어 매매 사기로 한창 투자금을 모으던 2020년 3월 말쯤 구입해 타고 다니던 차량이다. 김씨가 지난해 3월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차량과 모델은 물론 번호까지 동일했다. 김씨 측근도 "김씨가 타고 다니던 차가 맞다"며 "구속되기 직전 직원들에게 차를 숨기도록 지시했고 일부 중고차 시장을 통해 처분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씨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고급 차량 수집을 좋아했던 김씨는 주변에 오징어 매매사업 투자를 권유했던 지난 2018년 중순부터 1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10대 정도의 차량을 보유했던 그는 지난해 8월 포항 철강공단에 있는 공장을 빌려 모터쇼를 열기도 했다. 김씨는 고급 외제 승용차와 슈퍼카를 구입하는데 80억 원을 넘게 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근은 "김씨는 오징어 매매 투자금이 계좌로 입금되면 곧바로 현금으로 찾아 차를 샀다"며 "차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수산업자라고 소개했던 김씨는 실제로는 렌터카 업체와 술집만 운영했다. 그는 사기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17년 말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고향인 경북 포항 구룡포읍 본가에 나타났을 때도 외제차를 빌려주는 대여업을 했다.
구룡포리의 한 마을 주민은 "한겨울 슬리퍼를 신고 땅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워 피우던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며 "집 공터에 2, 3대씩 세워놓고 다방 아가씨들에게 차를 빌려주고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계와 언론계, 검찰 고위직 로비에도 슈퍼카 등 외제 승용차를 적극 이용했다. 국정 농단 수사를 이끌던 박영수 특별검사에 포르쉐 차량을 제공한 것은 물론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엄성섭 TV조선 앵커도 김씨로부터 차량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의 슈퍼카가 중고차 시장에 나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범죄 증거품인 김씨의 차량이 경찰에 압수되지 않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씨 주변에선 당초 경찰이 슈퍼카 열쇠를 확보했다가 사기 피해자 중 거물급 인사가 확인되자, 열쇠를 다시 김씨 측에 돌려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씨 차량의 소유 관계가 굉장히 복잡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경찰이) 자동차 열쇠를 다시 돌려준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건과 관련해선 더는 아무것도 말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