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안전판'인 주택연금을 해지하는 노년층이 급증하고 있다. 여생 동안 연금을 안정적으로 받는 대신 가격이 뛴 부동산을 파는 게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 가입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주택연금에 다시 들려면 재가입 제한 기간인 3년 동안 집값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해 신중하게 해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5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최근 연도별 주택연금 해지 건수는 △2017년 1,257건 △2018년 1,662건 △2019년 1,527건으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2,931건으로 전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해지 건수는 1,753건으로 지난해보다 속도가 더 빠르다. 반면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증가세가 주춤하다. 최근 5년 동안 많게는 1만 건까지 늘었던 신규 가입자는 올해 5월 기준 2,176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주택연금을 깬 사람이 신규 가입자에 버금가는 셈이다.
2007년 7월 상품을 출시한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과 개인적으로 가입한 사적 연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가입 대상은 공시지가 9억 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55세 이상이다. 연금액은 가입 당시 집값, 금리, 연령으로 결정된다. 이달 기준 공시지가 3억 원 아파트를 담보로 55세, 70세에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월 연금액은 각각 48만 원, 92만 원이다.
주택연금 해지 건수가 크게 증가한 배경에는 집값 급등이 있다. 주금공은 주택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해지 시 수령한 연금을 토해내고 재가입도 3년간 제한하는 등의 페널티를 물리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워낙 급등해 이러한 불이익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다.
연금 해지 후 3년 뒤 재가입해도 오른 집값만큼 월 연금액을 높일 수 있어, 일단 해지하고 보자는 사람도 늘고 있는 추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석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공시가격은 문재인 정부 취임 초인 2017년 5월 4억2,000만 원에서 올해 초 7억8,000만 원으로 86% 뛰었다. 이 집값 상승세를 반영하면 60세 기준(종신방식 지급) 월 연금액은 89만1,720원에서 165만6,06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오른다.
하지만 주금공은 주택 등 자산 가격 상승세가 변할 수도 있는 만큼 해지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택연금 해지 사유가 집값 상승 외에도 노령화로 인한 자녀 봉양, 요양원 입소, 자녀 출가에 따른 집 면적 축소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 재가입을 기다리는 3년 동안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집값이 오르면 가입자 부부가 사망할 경우 상승분은 자녀에게 상속되므로 가족 전체로 봐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