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의 월권

입력
2021.07.05 19:00
25면

편집자주

판결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판결이 쌓여 역사가 만들어진다. 판결에는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 주목해야 할 판결들과 그 깊은 의미를 살펴본다.



누구든지 법령의 내용에 의문이 있으면 법령을 소관하는 행정기관의 장에게 법령해석을 요청할 수 있다. 법령에 관한 정부의 유권해석은 법무부와 법제처가 맡고 있다. 유권해석은 관계 행정기관이나 국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청구한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보건복지부의 관련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은 보건복지부 내부 또는 다른 행정기관에 대한 것으로서, 그것이 직접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최근 대한변협은 유권해석으로 변호사의 광고 자유를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변협은 변호사들이 이용 중인 광고업체 로톡에 광고를 금지하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다. 이 광고규정에는 ‘협회의 유권해석에 반하는 내용의 광고’ 및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행위를 목적 또는 수단으로 하여 행하는 경우’의 광고를 금지하는 조문이 있다. 여기서 ‘협회의 유권해석’은 변협이 광고법령에 관한 질의를 받고 회신을 하거나 직권으로 하는 해석을 말한다.

변협의 유권해석은 내부절차를 거쳐 협회장이 결정한다. 이 유권해석은 법령해석에 관한 협회장의 의견에 불과하다. 변협은 협회장 의견을 법처럼 지키라고 강제한다. 협회장이 유권해석을 발하는 순간 곧바로 법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무릇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하며, 법률의 근거 없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다. 그 어디에도 '유권해석으로 변호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 협회장이 백지위임된 수권 규정으로 변호사를 통제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부정한 것이다.

변협은 변호사윤리장전을 개정하여 변호사의 과다 염가 경쟁도 금지시켰다. 그러나 변협은 변호사가 수임료를 무료나 염가로 하든 관여할 권한이 없다. 변호사의 수임료 결정을 변협이 강제하는 것은 공정경쟁 제한행위다. 변협은 전자적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업체에 광고하는 것도 금지하였다. 법률플랫폼 로톡에 광고를 금지시키려는 의도였지만, 모든 전자적 매체에서 광고를 금지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변협이 로톡을 없애려는 의욕 때문에 신중함을 놓쳤다. 변호사법은 인터넷 등 광고 매체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 법률로 정해야 할 사항을 윤리장전에 포함시킨 것은 월권이다. 변협이 신설한 두 조항 모두 위헌이라서 즉시 취소해야 한다.

법무부는 변협과 로톡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로톡에 대하여 법무부는 합법, 변협은 불법이라고 한다. 법무부는 새로운 플랫폼에 기반한 리걸테크 사업을 하는 로톡을 변협이 무력화하겠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변협은 ‘로톡광고금지법’에 해당하는 광고규정과 윤리장전으로 로톡을 고사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8월부터 로톡에 광고 중인 변호사 약 4,000명을 징계하겠다고 한다. 설령 징계하더라도 징계처분을 당한 변호사가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면, 변협의 징계처분은 취소될 것이 분명하다. 법무부가 로톡에서 광고한 변호사를 징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변협의 광고규정은 강제력을 상실하여 사문화된다. 법무부는 이런 대응으로 광고규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변협에 대한 보다 엄정한 감독권 행사로 법질서를 통일시켜야 한다. 변협의 광고규정과 윤리장전을 취소하고, 그에 불복하는 변협과 법정에서 시비를 가려야 한다. 법무부가 이런 다툼을 피하려고 로톡이 청구한 헌법소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현재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