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타이밍을 놓치다

입력
2021.07.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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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박정환9단 백 안정기6단 승자조 4강전<4>



정확한 수읽기가 필요한 장면에서 안정기 6단이 실수를 거듭하자 해설을 맡은 안형준 5단은 "안정기 6단이 박정환 9단의 수읽기를 최대한 쫓아가는 중이지만 힘겨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흔히 사용하는 '수읽기'라는 용어를 정확히 규정짓기엔 모호한 부분이 많다. 직접적인 돌의 삶과 죽음, 진행 이후의 형세 판단, 상대방의 의도 파악 등 전투에서 벌어지는 모든 영역을 수읽기라 부른다. 그렇기에 포괄적인 느낌이 강한 바둑용어라 할 수 있다.

비세를 의식한 안정기 6단은 백2로 하변을 움직인 후 백6에 끊어가는 수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무거운 움직임으로, 타이밍을 놓쳤다. 7도 백1로 막은 후 백3으로 서둘러 우하귀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한 장면이었다. 백11까지 선수로 살아간 후 백13에 두어 하변 연결을 꾀하는 것이 백의 최선. 실전은 흑17까지 부분전이 일단락되었으나, 흑이 선수로 흑25를 차지해서는 백이 하변에서 크게 얻어낸 것이 없는 진행. 안정기 6단은 백26으로 뒤늦게 움직여 보지만 박정환 9단이 흑27, 31로 쉽게 대응하자 이미 수법의 강력함이 사라진지 오래다. 백34는 8도 백1로 젖힐 수도 있지만, 흑6으로 우변을 지키면 흑은 이미 쉽게 안정되어 있다. 백7, 9의 노림 역시 흑12로 차단하면 그만인 모습.

정두호 프로 3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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