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속도를 내면서 그동안 채택해온 각 기업들의 업무 방식도 재택에서 사무실 복귀로 전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재택 근무에 익숙해진 일부 직원들은 부담을 표시하면서 반발에 나설 징후도 보인다. 몸값이 높은 직원들 사이에선 재택근무 유지 기업으로 이직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을 비롯해 아마존, 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은 9월 중 사무실 복귀를 추진할 계획이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내 메일을 통해 "화상회의가 결코 복제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며 "9월부터는 대부분 직원이 월·화·목 사무실로 출근하고, 수·금은 원격 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과 아마존 등도 이런 방식의 근무 형태를 도입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 기업들은 이미 재택근무를 중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CEO는 지난달 14일 직원들에게 "식당 가서 식사는 하면서 회사는 왜 못 나오나"라며 "이제 사무실로 돌아올 때"라고 말했다. JP모건 역시 이달부터 전 직원에게 사무실 복귀를 지시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IT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애플 직원들은 최근 자체적으로 재택근무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회사 최고경영진에게 전달했다. 애플 직원 1,749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는 '유연한 근무 옵션이 매우 중요한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강하게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 58.5%는 "유연한 근무 옵션이 부족해 동료 중 일부가 애플을 떠날까 봐 걱정된다"고 응답했고, 36.7%는 "근무 유연성 부족으로 사임을 검토한다"고 답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모든 정규직 직원에게 원격 업무 수행시엔 재택근무를 허용한다고 전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우리는 지난 1년간 어디에서나 좋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특히 원격 비디오와 가상현실이 계속 진화함에 따라 대규모 원격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위터 역시 직무 성격이나 여건이 맞는 직원이 원할 경우 재택근무를 허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도 7월 거리두기 완화 방침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근무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1일부터 재택근무 비율을 40%에서 20%로 낮추기로 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직원에겐 국내·외 출장을 다녀올 수 있도록 업무 지침을 바꾸기로 했다. 반면 라인플러스, 직방, 야놀자 등 IT 기업에선 코로나19 상황과 무관하게 재택근무 유지 계획을 발표했다. 직방은 아예 서울 서초동 GT타워에 위치했던 사무실을 모두 비웠고, 라인플러스는 직원들에게 한 달 이상의 단위로 기간을 설정,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 원하는 장소에서 원격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재택근무를 도입하더라도 근무의 효율성이나 성과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사무실 복귀에 따라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기업으로의 '이직 러시'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의 재택근무가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직군에 집중돼 있는데, 개발자 품귀인 상황에서 실력이 뛰어난 개발자들은 직장을 쉽게 옮길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인재들이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형태를 가진 기업으로 빠져나갈 경우 다른 기업들도 근무형태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업무 효율성만 유지된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재택근무 도입이 불리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