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편의점 앞 테이블이나 호프집에 앉아 즐기는 시원한 맥주와 바삭바삭한 치킨은 환상의 궁합이다. 그러나 지나친 ‘치맥’ 사랑은 발 관절 등 건강을 해치고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통풍은 체내 대사과정의 산물인 요산이 많이 생겨 관절이나 관절 주변 인대에 요산 결정체가 쌓여 생기는 일종의 관절염이다. 요산은 음식으로 섭취되거나 체내에서 합성된 퓨린이라는 물질이 대사과정에서 전환된 것이다. 3분의 2 정도는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갑자기 관절에 통증이 발생했다가 저절로 사라지기에 진단ㆍ치료가 늦어지기 마련이다. 관절 손상과 기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고(高)혈중 요산으로 인해 콩팥에 돌이 생기거나 콩팥 기능이 악화하고 심혈관계 질환이 생긴다.
통풍의 3대 위험 요소로는 남성,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기저질환, 엄지발가락 통증 등이 꼽힌다.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콩팥의 요산 제거를 잘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통풍 환자의 92% 정도가 남성이다. 육류와 술을 즐기는 중년 남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요산 수치를 떨어뜨려 폐경 전에는 남성에 비해 잘 생기지 않는다.
엄지발가락 통증이 있다면 통풍을 의심해 봐야 한다. 통풍 초기에는 관절에 급성 염증이 생긴다. 통풍 염증은 엄지발가락 관절에 가장 흔하고 발목ㆍ발등ㆍ무릎관절 등에도 생길 수 있다. 통풍 염증으로 인해 관절 주변이 붓고 피부가 붉은 색을 띠면서 통증이 나타난다(통풍 발작). 이런 증상은 적절한 약을 먹으면 대부분 3~10일 안에 호전된다.
통풍 발작이 처음에는 발생 빈도가 드물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점점 잦아지고 발작이 호전된 후에도 만성 염증·통증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관절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해당 관절이 심하게 손상되고 요산 결정이 덩어리를 이뤄 피부 아래에 침착되는 통풍 결절(만성 통풍 결절)이 생기기도 한다.
건강검진에서 요산 수치가 높게 나오면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관절 통증이 생긴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통풍은 환자 상태나 동반질환을 고려해 적절한 약물로 치료한다. 급성 통풍 발작에 진통소염제, 콜히친, 스테로이드를 단독 또는 조합해 쓰면 대부분 3~7일 안에 증상이 호전된다. 통풍 발작이 드물게 발생한다면 진통소염제로 증상을 완화시켜도 된다.
하지만 증상이 장기적으로 자주 나타난다면 체내 요산 농도를 낮추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소염제만 먹으면 만성 통풍으로 악화할 수 있다.
하유정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1년에 두 번 이상 통풍 발작을 경험하거나 요로결석이 있거나, 콩팥 기능이 저하되거나, 관절 손상ㆍ만성 통풍 결절이 발생한다면 장기적인 요산 저하 치료가 필요하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환자에게는 요산 수치를 낮추는 요산 저하 약물과 통풍 발작 예방 약물을 사용한다.
식습관ㆍ생활 습관 관리도 통풍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정상 체중을 유지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 가운데 퓨린 농도가 가장 높은 맥주는 피해야 한다. 소주나 다른 증류주도 맥주에 비해 단위당 퓨린 함량이 적지만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알코올 성분 자체가 요산 배설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금주하는 게 가장 좋다.
퓨린 함량이 높은 소ㆍ돼지고기, 육류의 내장, 농축된 육수, 꽁치ㆍ고등어, 액상과당이 든 탄산음료, 과일주스 섭취도 주의하는 게 좋다. 반면 충분한 수분 섭취와 채소에 풍부한 섬유질, 엽산, 비타민 C는 요산이 쌓이는 것을 막아줘 통풍 예방·치료에 도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