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여름철 중년 여성 노리는 ‘방광염’

입력
2021.07.03 21:11

직장인 김모(44ㆍ여) 씨는 최근 소변을 자주 보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불편했다. 평소 여름만 되면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물을 자주 마셨기 때문이라고 여겨 물 섭취를 줄였지만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소변볼 때 통증도 심해지고 소변 색깔도 주황색이어서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가 방광염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세균 번식이 활발해져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중년 여성에게 흔한 방광염은 겨울 감기에 비견될 만큼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방광염 환자는 166만1,839명인데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7월부터 상승해 8월에 22만5,018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성(90.4%)이 남성(9.6%)보다 월등히 많다. 연령별로는 50대 20.5%, 60대 16%, 40대 15.8% 순으로 중년에서 주로 많이 발병했다. 여성 가운데 30% 정도가 평생 한 번쯤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광염은 그 이름처럼 방광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방광 점막이나 점막 아래 조직에 세균 또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염증이 생긴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배뇨 중 타는 듯한 느낌이 들 때, 발열ㆍ혈뇨 등이 나타나면 이를 의심해야 한다.

방광염은 보통 대장균에 의해 발병하며 포도상구균ㆍ간균ㆍ장구균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단순 방광염이라면 50% 정도는 자연히 호전되지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상부요로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방광염은 증상과 소변검사 등으로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치료하려면 항생제 등을 3∼5일 정도 먹으면 된다. 치료 후 2주 동안 호전되지 않았다면 세균에 대한 항생제 감수성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이영익 대동병원 배뇨장애센터 과장(비뇨의학과 전문의)은 “방광염이 여성이 남성보다 자주 나타나는 것은 신체 구조상 요도가 남성보다 짧고 세균 번식이 쉬운 항문 및 질 입구가 요도와 가까워 세균이 요도를 타고 방광까지 이동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광염을 일상생활에서 예방하려면 평소 물을 충분히 마시고 성관계 후 소변보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또한 외용 피임약 일종인 살정제 사용을 삼가고, 소변을 참지 말고, 배뇨ㆍ배변 후 앞뒤로 씻어야 한다. 면 소재 속옷을 챙겨 입고 되도록 꽉 끼는 하의는 피하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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