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곳곳서 번식하는 곰팡이, 호흡기 건강 '최고의 적'

입력
2021.07.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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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1982년 이후 39년 만에 ‘7월 지각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 때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 곰팡이와 세균이 기승을 부리기 딱 좋은 시기다. 콜레라ㆍ장티푸스ㆍ이질 등 수인성 전염병과 식중독, 각종 피부 질환,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등을 조심해야 한다.

음식은 되도록 끓여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먹을 때도 다시 한 번 끓여 먹어야 한다. 조리할 때 손 씻기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 고온 다습하면 실온에 둔 음식에서 세균이 급격히 증식하므로 남은 음식은 먹을 만큼만 나눠 담아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해야 한다.

◇곰팡이, 장마철엔 2~3배 증식

현재까지 알려진 곰팡이는 7만2,000종이다. 발효 식품에 필요한 곰팡이처럼 유익한 것도 있지만 부패를 시켜 곰팡이독이라 불리는 유독 대사물(mycotoxin)을 만드는 유해 곰팡이도 많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최대 90% 이상 올라가면서 곰팡이와 세균의 번식 속도가 평소보다 2~3배 빠르다. 특히 젖은 수건이나 빨래, 세탁기 내부, 에어컨 필터, 화장실 등은 곰팡이가 번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를 통해 곰팡이 균이 호흡기나 식도 등 체내에 들어가면 기관지염ㆍ알레르기ㆍ천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반가영 강동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곰팡이가 번식할 때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는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인자”라며 “포자가 호흡기로 흡입되면 각종 기관지염ㆍ알레르기ㆍ천식 등을 일으키고 당뇨병이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는 폐렴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곰팡이는 또한 집안 내부 음식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번식한다. 곰팡이로 인한 가장 흔한 질환이 피부 표피 각질층이나 손발톱이 진균에 감염돼 생기는 무좀이다.

곰팡이는 손발톱뿐만 아니라 머리나 얼굴, 몸 어느 곳에서도 번식한다. 특히 어린 아이는 얼굴 무좀을 주의해야 한다. 부모가 무좀균이 있는 발을 만지다가 아이 얼굴을 만지면 곰팡이가 얼굴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철우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얼굴 무좀은 보통 붉은 반점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 피부 질환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단순 습진으로 오해해 스테로이드 연고를 임의로 바르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습기가 많으면 옷을 세탁해도 잘 마르지 않는다. 그러면 모락셀라균이 크게 늘면서 꿉꿉한 냄새와 함께 세균이나 곰팡이가 크게 번식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이나 영ㆍ유아가 덜 말린 옷을 입으면 대상포진이나 칸디다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여성은 속옷을 통해 균이 질(膣)에 번식하면 질염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통풍이 잘 되는 하의와 순면 속옷을 입고, 나일론 속옷은 땀 흡수력이 거의 없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음식이 닿는 주방의 식기ㆍ도마ㆍ행주 등은 햇빛으로 소독하는 것이 좋다. 주방에는 소화기 장애를 일으키는 푸른곰팡이균을 비롯해 암색선균, 누룩곰팡이균 등이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화장실 등 실내에 생긴 곰팡이를 제거하려면 전용 살균제를 사용하거나, 환기가 잘 되는 환경에서 표백제를 사용해 청소해야 한다. 베란다ㆍ욕실 등 타일에 생긴 곰팡이는 물과 락스를 희석해 뿌리고 10분 뒤에 물로 닦아내면 된다. 하지만 화학약품 특유의 독성이 있기에 작업 후 환기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 두 번 30분 이상 집 안 창문이나 모든 문을 열어 자연 환기하고, 3~4일에 한 번 정도 난방을 하는 것도 습기 제거에 효과적이다. 곰팡이 먹이가 되는 먼지를 없애기 위해 청소를 자주 해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벽지에 습기가 생겨 눅눅해졌다면 곰팡이는 산(酸)에 약하므로 마른걸레에 식초를 묻혀 닦아 주면 된다. 그래도 잘 제거되지 않으면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후 브러시, 칫솔, 결이 고운 샌드페이퍼 등으로 조심스럽게 긁어내면 된다.

◇식품 저장은 4도 이하, 가열은 60도 이상에서

장마철에는 세균성 식중독 발생 위험도 크다. 햇빛의 자외선량이 줄어 세균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번식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은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이다. 포도상구균 독소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6시간 내에 구토와 설사를 한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음식 선택ㆍ조리ㆍ보관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중독균은 10~40도 환경에서 급속히 증식하므로 음식을 실온에 방치하면 안 된다”며 “식품 저장은 4도 이하에서, 가열은 60도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몇몇 세균에 의한 독소는 내열성을 지녀 60도 이상으로 가열해도 식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음식을 조리해서 먹되 가능한 한 즉시 먹는 게 좋다.

철저한 개인위생도 중요하다. 외출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손을 반드시 씻어야 한다. 식중독 사고가 빈발하는 여름에는 염소 소독을 하지 않아 각종 식중독균 오염 위험이 있는 지하수ㆍ약수ㆍ우물물 등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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