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세대 교체’가 임박한 분위기다. 중국발 원조에 이어 세계를 휩쓸던 영국발(發) ‘알파 변이’ 세력을 인도발 ‘델타 변이’가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립고등보건연구소(ISS)는 지난달 22일 현재 이탈리아에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 가운데 델타 변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22.7%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5월 18일 발표된 같은 조사에서 델타 변이 비중이 1%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우 빠른 확산세다.
ISS에 따르면 전체 20개 주(州) 중 16개 주에서 델타 변이 전파가 확인됐고, 일부 지역은 그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수도 로마가 있는 라치오주는 34.9%였다.
반면 알파 변이는 세력이 급격하게 위축돼 가는 모습이다. 해당 기간 비중이 88.1%에서 57.8%로 크게 낮아졌다. 브라질발 감마 변이가 7.3%에서 11.8%로 비중이 소폭 상승했지만 전반적 구도를 보면 델타 변이가 알파 변이를 대체해 가는 형국이다. 실비오 브루사페로 ISS 소장은 델타 변이의 확산세에 우려를 표하며 “체계적인 바이러스 경로 추적과 조속한 백신 접종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의 비율은 31.9%다.
백신 접종 속도전으로 알파 변이 확산까지는 어느 정도 잡았던 미국도 델타 변이에는 역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미 CNN방송은 이날 미 존스홉킨스대의 집계를 인용, 최근 자국에서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일 연속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기준 7일간 평균 수치가 1주일 전과 비교해 9.08% 상승했다.
델타 변이의 알파 변이 추월은 시간 문제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전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앞으로 몇 주 새 델타 변이가 알파 변이를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확산을 견인할 복병을 미국이 만난 건 하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날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독립기념일(7월 4일)을 앞두고서다. 축하가 가능할 정도로 정부의 성과는 괜찮은 편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47.0%)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보건 당국의 메시지는 “적절한 예방 조치와 함께 축하하라”는 것이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한 발 물러서서 우리가 이룬 진전을 축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거리 두기를 당부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변이 전 원조 바이러스의 3배, 알파 변이의 1.6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가 거의 100개 국에서 확인됐고 많은 나라에서 지배종이 되고 있다며 “매우 위험한 시기”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