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강'은 넓고 깊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예비경선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문제로 발목이 잡히면서다.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이 1일 경선 흥행을 위해 '국민면접'의 면접관으로 '조국흑서' 공동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를 선정했다가 일부 후보들과 강성 당원들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혀 두 시간 만에 취소했다. 이를 두고 면접에 나선 이들이 면접에 임하기도 전에 면접관이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따지며 교체해 버린 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일에도 여진이 이어졌다. 일부 후보들은 지도부 사과와 대선경선기획단 교체까지 요구했다. 이에 국민 통합을 이끌어야 하는 대통령이 되려는 이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내 편을 부당하게 공격한 이들과는 상대조차 하지 않겠다는 협량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작 '독한 면접'으로 민주당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국민면접의 취지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말았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이날 이번 소동을 '김경율 사태'라고 명명하고 "이런 사람이 면접관으로 거론된 것만으로도 한국 정치를 병들게 한 차별화와 청산론의 반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도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에 대한 허위사실 비난이 법적으로 이미 드러난 인사를 기용하려 한 목적이 무엇이냐"며 "당원의 자존심과 정체성에 흠집을 내고 스스로를 자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우왕좌왕하고 자기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자학하고 있다"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경선 주자인 이광재 의원을 돕는 전재수 의원은 "한국 대통령을 뽑는데 일본 스가 총리에게 심판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한일 구도에 빗대기도 했다.
김경율 면접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견제성 발언도 나왔다. 경선 연기론 후 잠잠해지는 듯했던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가 다시 선명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소동은 후보 간 유불리에 따른 갈등이라기보다 민주당이 아직도 '조국 사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본선보다 당장 눈앞의 당내 경선만을 위해 친문재인계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에서 정파적 경직성이 전략적 감각을 압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를 거부하는 당원들과 후보들은 그가 주장했던 '조국 펀드' 의혹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들이 면접장에서 김 회계사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논박한다면 강성 친문계의 지지는 물론 '조국 펀드'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오해를 푸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
이번 내홍으로 4일 예정된 2차 국민면접 진행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 회계사와 함께 국민면접관으로 선정된 뉴스레터 스타트업 '뉴닉'의 김소연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에 사의를 전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김 회계사 선정에 대한 민주당 내 과민한 반응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