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800명을 넘어섰다. 델타(인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이미 수도권을 벗어나 확산을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상 회복의 기대는 잠시 접어두고 다시 방역의 고삐를 죄어야 할 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일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 앞에 섰다"며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수도권에서는 예방접종을 마쳤더라도 당분간 실내·외를 불문하고 마스크를 꼭 써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826명으로, '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1월 7일 869명 이후 176일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확진자만 619명이다. 신규 확진자의 80%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한 게 벌써 사흘째다.
일상 속 소규모 모임을 통한 감염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마포구 주점·음식점과 경기도 영어학원 7곳 관련된 감염자는 245명으로 늘었다. 주로 젊은 층인 이들 감염자 가운데 1명은 부산 주점을 방문해 코로나19를 전파시켰고, 그곳에 있던 대전 거주자 1명도 감염됐다. 마포구 집단감염자 중 9명에게서 델타 변이가 확인된 점을 감안하면 델타 변이 지역 전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부산 주점 관련 확진자들 변이 바이러스 분석이 진행 중"이라며 "(델타 변이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감염재생산지수도 6월 27일부터 7월 1일 사이 평균 1.2로 뛰었다. 직전 두 주 동안 1미만이었는데, 급상승했다. 수도권은 1.24로 더 높다. 감염자 1명이 1명 이상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이 수치가 1.2를 넘는다는 것은 예방접종 완료자가 지역사회에 적어도 20% 이상 균일하게 분포돼야 유행을 잠재울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대로라면 코로나19 감염 양상이 매우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델타 변이까지 확산된다면 감염재생산지수는 더 올라가게 된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예방접종 완료자는 인구의 10%에 그친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비상 상황인 만큼 김 총리는 긴급 담화문에서 "언제라도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는 한편, 현장에서 실효성을 가지는 방역 조치를 추가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1주일(6월 26일~7월 2일)간 하루 평균 지역발생 확진자가 509명인 수도권은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의 3단계 범위에 들어왔다.
문제는 3단계를 적용해도 추가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역 조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개편된 거리두기 3단계에선 사적모임이 4명까지 허용되고 노래연습장,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밤 10시까지로 제한된다. 개편안 적용 전인 현행 조치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집합금지돼있는 유흥시설이 개편안 3단계를 적용하면 문을 열게 된다.
이럴수록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 집단면역 방어막을 쳐야 하지만, 3분기 대규모 백신 접종은 이달 말에야 50대부터 시작된다. 그 전까진 2분기에 백신을 못 맞은 우선접종 대상자들의 추가 접종과 수험생, 교직원 접종만 진행된다. 백신이 올 때까지 약 한 달의 '공백기'를 방역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개편안 적용을 연기하는 등 강력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확진자는 과거 이미 감염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미 지역사회에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방역 완화에 델타 변이 전파력까지 고려하면 1,500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도록 제한하지 못하면 백신 접종 인력과 방역 인력이 겹쳐 둘 다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개편안 적용을 일주일 유예한 방역당국은 일단 "다음 주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