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마약범죄방지법 제정... '부패와의 전쟁' 나선 이유는

입력
2021.07.02 15:30

북한이 '부패와의 전쟁'에 나섰다. 1일 개최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마약범죄방지법을 제정하면서다. 국가 안정과 인민 건강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김정은식 경제개발전략 성공을 위해 간부들의 기강 해이를 잡으려는 명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노동신문은 2일 최고인민회의가 전날 만수대의사당에서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마약범죄방지법을 비롯해 금속공업법, 화학공업법, 기계공업법 등을 제정하고 인삼법을 개정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사회제도의 안정과 인민의 생명 건강을 해치는 위법행위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동안 '관리'에 머물렀던 관련법을 새롭게 제정하거나 고쳐 '예방'과 '처벌'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이다.

마약범죄방지법 등을 통해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단행한 '간부 혁명'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간부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범한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무책임과 직무태만으로 당과 국가, 인민 앞에 엄중한 해독을 끼친 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책임간부들의 태공(태업)으로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 등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 결정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의 역할인 점을 감안하면, 마약범죄방지법 등의 제정은 간부들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밑작업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경제난이 장기화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의 성공을 위해 간부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면서 기강을 세울 필요가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북미 교착상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사회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내부 정비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참모장, 최상건 당 과학교육부 부장 등을 경질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상무위원 해임·선거 당시 김 위원장을 포함한 주석단에 앉은 정치국 성원들이 거수의결할 때 손을 들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자리를 비운 모습이 포착됐다.

다만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건재를 확인했다. 김덕훈 내각 총리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거수의결에 참여한 점에 비춰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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