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와 경찰 간부, 중견 언론인들과 어울리며 금품을 뿌린 수산업자 김모(43)씨의 자금원 중 하나는 고향인 경북 포항에서 운영하던 술집으로 파악됐다. 이 술집은 지난 3월 말 김씨가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된 뒤에도 정상 영업하며 매달 수천만 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주변에 오징어 매매 사업 투자를 권유하기 시작하던 2019년, 포항 남구에 바(bar) 형태의 술집을 차렸다. 포항시청 인근 유흥가에 위치한 이 업소는 여성 종업원을 3명 정도 두고 영업하면서 보통 한 달에 3,000만~4,000만 원 수준의 매출을 냈다. 김씨는 업소 명의를 여자친구의 가족과 자신이 세운 수산회사 직원 A씨 앞으로 해놓고 수익은 모두 자신이 챙겼다.
김씨 주변에선 김씨가 투자 사기로 모은 돈을 술집에 투자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앞서 김씨는 언론인 출신 정치권 인사 B(59)씨를 통해 알게 된 인사들에게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돈을 가로챘다가 최근 구속됐다. 지금까지 7명이 총 116억 원가량의 사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는데, 피해자 중엔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도 있다.
해당 술집은 김씨 구속 이후로도 평소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수익은 다른 사람이 챙기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김씨 수산회사 직원 C씨는 "실소유주는 김 회장(김씨)이지만 명의자가 A씨이다 보니, 김 회장이 구속되자 A씨가 모든 매출액을 착복하고 있다"면서 "엄연히 김 회장의 사기 범죄 수익금인데 몰수나 추징 보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술집 관계자는 "김씨가 구속되기 훨씬 전에 가게를 넘겼고, 지금은 김씨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C씨는 김씨가 이 술집을 정치인이나 언론인 접대 장소로 삼았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C씨는 "김 회장이 언론인·정치인들과 포항 모처에서 2019년쯤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을 뿐이며, 지금 (김씨의 관리 대상으로) 뉴스에 거론되는 유명인들은 이 술집에 온 적이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포항에서 언론인 등을 성접대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정치인과 언론인을 상대로 성접대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