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스텝이 '장모 리스크'로 엉키기 시작했다. "10원 한 장 받은 적 없다"던 장모 최모(75)씨가 2일 불법요양병원 설립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법정구속되면서 후보자 검증의 첫 시험대부터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정치인 윤석열'의 고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관측이 높다. 윤 전 총장 본인은 물론 장모 최씨와 부인 김건희씨까지 '윤석열 일가'의 재판과 수사가 많이 남아 있어 언제 불똥이 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장모 최씨는 이날 1심 결과가 나온 불법요양병원 설립 사건 이외에 '경기 성남시 땅 매입' 사건과 관련한 재판도 받고 있다. 최씨는 2013년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안모씨와 함께 은행에 347억 원을 예치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최씨는 도촌동 땅을 사들이면서 안씨 사위 명의 등으로 계약하고 등기한 혐의(부동산실명법 위반)도 받고 있다.
최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것은 맞지만, 안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데 쓰겠다고 해서 동의한 것일 뿐, 불법을 저지르려는 목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안씨는 그러나 "최씨가 먼저 접근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재판은 의정부지법 형사8단독 박세황 판사 심리로 3차 공판까지 진행됐고, 다음 재판은 8월 12일에 열린다.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49)씨를 겨냥한 검찰 수사도 윤 전 총장이 지고 가야 할 짐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김씨가 운영하는 미술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보험성 협찬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2011년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주식과 자금을 제공하고 차익을 봤다는 의혹이다. 최근엔 장모 최씨가 도이치모터스 등기이사였던 A씨와 2019년 9월~2011년 초 수십 차례 같은 IP로 주식계좌에 접속해 시세조종을 벌인 정황이 포착돼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김씨와 최씨 측은 "주가조작 의혹은 금융당국에서 이미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 경찰에서 내사 종결했던 사안"이란 입장이다.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관련 의혹은 2019년 6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기획사의 전시회에 대기업 협찬사가 늘어난 것을 두고 '윤석열 효과'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11월 업체 사무실과 협찬 기업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지만, 검찰은 협찬 기업에 거래내역 제출을 요구하는 등 수사에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옵티머스자산운영(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정식 입건했다. 두 사건 모두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9년 5월 검찰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수사의뢰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수사에 개입해 사건을 축소했다는 게 고발 요지다. 한명숙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조사하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윤 전 총장이 거부하면서 정식 수사를 하지 못했다는 게 또 다른 고발 내용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7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한 것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도 피하지 않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수처는 사건번호만 부여했을 뿐 아직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