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 콘도 때처럼 건물 층이 겹겹이 내려앉는 ‘팬케이크 붕괴’ 사고가 수도 워싱턴에서 1주일 만에 재현됐다. 하지만 전원 구출됐고 미국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붕괴 위험에 실종자 수색 작업이 난항 중인 마이애미 사고 현장을 찾아 “연방 정부가 구조 비용을 다 대겠다”고 약속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 북서부 브라이트우드파크 지역에서 올여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던 5층 아파트가 무너져 내렸다. 지난달 24일 마이애미 참사 때처럼 위층부터 차례로 건물이 꺼지는 팬케이크 붕괴 형태 사고였다.
그러나 사망자나 실종자는 없었다. 현장에서 일하던 건설 노동자 5명이 다쳤지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4명은 구조대 도착 직후 건물을 빠져 나왔고, 1명은 1시간가량 건물 잔해에 갇혀 있다가 동료 인부들 도움으로 매몰 지점을 파악한 구조대원에게 발견됐다.
유력한 붕괴 원인은 폭우다. 존 도넬리 워싱턴 소방청장은 “아직 결론 내리긴 이르다”면서도 “폭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건물이 무너진 건 맞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공공안전을 담당하는 크리스토퍼 겔다르트 부시장은 “현재 규제국 관계자들이 붕괴 현장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
마이애미 사고 현장에서 8일째 계속되고 있는 수색·구조 작업에는 별 진전이 없다. 확인된 사망자, 실종자는 각각 18명, 145명 그대로다.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작업도 쉽지 않다. 추가 붕괴 발생 가능성 때문에 이날 오전 한때 수색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 소속 건축물 전문가 스콧 나체만은 AP에 “안전한 구조 환경을 만들기 위해 건물 일부 철거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는 수색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며 방문을 미뤄 온 바이든 대통령이 찾아왔다.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만나 “사고 처리에 드는 비용을 100% 연방 정부가 부담할 테니 필요한 걸 얘기하라”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도 찾아가 3시간 동안 위로를 전하고, 이후 연설에서 약 50년 전 첫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사실을 언급하며 “여러분 가슴에 생긴 블랙홀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