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추억이 담긴 물건은 무엇일까?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위한 물건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부모님께서 우리가 태어나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며 설렘으로 준비했던 물건들을 기점으로 우리 삶의 여정이 시작된다. 우리는 살면서 정말 많은 물건과 함께하게 된다. 한 사람이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구입하고 버리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도 없다.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손수건만 해도 약 50장이니 말이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아이에 대한 추억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아이들도 본인 삶의 역사라고 생각하여 쉽게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게 된다. 뱃속에 있는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며 설렜던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 본능이기 때문에 과거에 대해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지’라고 아름답게 포장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행복했던 시간에 함께했던 물건을 간직해야 그 시간을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정말 소중한, 사진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몇가지 물건을 소중히 보관하며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건을 보관하느라 지치게 된다면 그 물건은 더 이상 추억이 아닌 나를 힘들게 하는 짐이 되는 것이다.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의 저자 유루리 마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메고 다닌 가방조차 소중한 추억이라며 곳곳에 쌓아두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진이 일어나고 집에 있던 유루리 마이는 자신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긴 물건들이 넘어지며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된다. 구조를 기다리며 유루리 마이는 ‘과연 내 생명을 위협하는 이 물건들이 나에게 소중한 것인가?’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가까스로 구조된 그녀는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바로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변화된 삶은 드라마로, 책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과거에 얽매여있던 삶에서 벗어나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유루리 마이처럼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일을 직접 겪지 않았어도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내가 진정으로 추억하고 싶은 물건은 무엇인가? 추억이라는 미명하에 너무 많은 짐들을 가지고 살지는 않았는가? 오히려 그 추억용품이라고 칭했던 것들이 나를 괴롭게 하지는 않았는가? 만약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물건들을 보내줄 때가 온 것이다. 100세 시대라는 가정하에 100년 동안의 삶의 여정을 모두 물건으로 보관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 이제 그만 물건들을 갖고 있기보다는 사진으로 간직해보자! 필자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인드를 얘기하며 글을 맺으려 한다. 과거에 집착하며 물건을 쌓아두기보다는 지금! 내 삶에 충실히 임하고 주변 환경을 쾌적하게 정리해보자. 과거에 얽매이는 것보다 현재에 충실하며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개척하는 것,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 마음에 집중하며 남은 삶의 여정을 위한 발걸음을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