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백 1000만원 시대…명품들 도미노 가격 인상 이어지나

입력
2021.07.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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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세 번 가격 올린 샤넬

샤넬이 가격을 또 올렸다. 올해만 세 번째다. 이번 가격 인상 폭은 평균 10%대로 역대 최대다. 하루 만에 100여 만 원이 오르는 등 ‘샤넬 백 1,000만 원’ 시대가 되면서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도미노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샤넬코리아는 1일 핸드백 등 일부 제품 가격을 8~14% 인상했다. 샤넬 클래식 스몰은 13.8%(785만 원→893만 원),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클래식 플랩 백 미디움은 12.5%(864만 원→971만 원), 클래식 라지는 11.4%(942만 원→1,049만 원) 올랐다. 인기 상품의 가격이 하루 만에 100만 원 넘게 뛴 것이다. 또 다른 인기 제품인 보이샤넬도 평균 50만 원 올랐다. 주요 핸드백 제품의 인상폭은 평균 12%에 달한다.

샤넬의 가격 인상은 올해만 세 번째다. 샤넬코리아는 지난 1월 디자인 변경 등을 이유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고, 2월에는 글로벌 정책에 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제작비, 원재료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지역별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며 “이번 조정은 샤넬의 ‘조화로운 가격 정책’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샤넬의 평균 가격 인상률은 17%였고, 한국은 28%였다.

지난달 명품업계에서는 샤넬의 가격 인상 소문이 돌아 한 달 내내 ‘오픈 런(백화점 개장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 장면이 연출됐다. “오늘이 제일 저렴하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은 매장 앞을 밤새 지키기도 했다.

샤넬이 가격을 올린 이날도 백화점 명품관 앞에는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기다려 대기번호 67번을 받고 샤넬 매장에 다녀온 한 시민은 “인기가 많은 보이 샤넬 등 라인은 전멸이고, 탑 핸들 등 시즌상품만 남아 있다”며 “가격이 올라도 샤넬 백을 구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요 명품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 심리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올해 들어 루이비통은 다섯 번, 에르메스는 한 번 가격을 올렸다. 명품 주얼리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까르띠에는 최근 가격을 6% 올렸고, 티파니앤코도 주요 상품 가격을 12%까지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블런 효과’ 때문에 명품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는데,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 오히려 명품의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에루샤'로 불리는 3대 명품 브랜드의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황에도 도리어 늘었다.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4% 증가한 1,491억 원을 기록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영업이익은 1,519억 원으로 176.6%나 늘었고, 에르메스코리아 영업이익은 1,334억 원(15.9% 증가)이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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