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도쿄올림픽 참석 조율 중이지만... 靑 "日 태도 변화 없이는 불참"

입력
2021.07.02 01:00
靑, 일본 측과 참석 여부 막판 조율
"황희 장관 참석 쪽으로 결론 날 것"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이 개막식에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청와대는 한일정상회담 등 확실한 유인책이 없는 한 일본 방문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일 한국일보에 “청와대와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방일(訪日) 여부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일본이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아 현재로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개막식에) 참석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일관계 진전이 없으면 문 대통령이 일본을 찾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 안에서도 문 대통령의 방일을 탐탁지 않아 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올림픽 개최 강행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한국 때리기’로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는 게 청와대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는 원칙에 근거해 도쿄올림픽 성공을 희망하며 한국 선수단도 파견하는 것”이라며 “다만 일본이 자국 정치에 한국을 이용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방일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설령 일본이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여도 ‘무작정 신뢰할 수 없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지만, 그는 “문 대통령이 먼저 인사해 응대했을 뿐”이라며 의례적 만남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일본 측은 실무진에서 공감대를 이룬 약식 정상회담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정상회담 약속을 또 지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을 재차 냉랭하게 대하면 우리로서는 ‘안 하느니만 못한’ 회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이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확정한 터라 굳이 문 대통령만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는 판단 역시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올림픽 개막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도 “대통령 방일은 마지막까지 유동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 대신 국무총리 내지 부총리급 인사가 일본을 찾는 대안도 남아 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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