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삼성SDI와 함께 국내 '배터리 3대장'으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 주가가 1일 8% 넘게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세를 탔다. 분사가 이뤄지면 기존 주주들은 배터리 사업 법인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돼 실망 매물이 쏟아진 탓으로 분석된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8.8% 하락한 26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급락하기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은 장중 9.31%까지 낙폭을 키웠다.
주가 하락은 분사 검토 소식에 실망매물을 쏟아낸 외국인들의 투매가 이끌었다. 외국인은 이날 3,450억 원어치를 내던졌다. 기관도 1,44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개인이 4,91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의 물량 내던지기에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24조9,000억 원)은 전날보다 약 2조4,200억 원 줄었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9월 16일 LG화학 분사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악몽'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당시 LG화학은 분사 소식 직후 이틀간 주가가 11% 넘게 떨어지는 등 한달 새 15% 이상의 하락폭을 경험했다.
실제로 배터리 사업 분사가 이뤄질 경우 '배터리 성장성'을 보고 SK이노베이션에 베팅해 온 투자자들로선 "알맹이 없는 주식을 갖게 됐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분사 예정인 배터리 법인 주식을 기존 주주들이 보유할 수 없게 되는 '물적 분할' 방식의 분사가 이뤄질 경우 주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스토리 데이'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배터리 사업 성장을 위해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데, 재원 조달 방안의 하나로 분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분할 방식에 대해선 "물적 분할이 될지 인적 분할 방식이 될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