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형태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합 '가족'

입력
2021.07.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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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두 장애인을 만났다. 두 사람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였다. 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둘의 모습은 분명 '가족'이었다. 그들의 삶이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장애에 대해 스스럼없이 말하고 농담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장애를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대하는 태도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이들을 모델로 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2019년 개봉)를 제작하게 됐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는 항상 일정한 구도를 담는다. 주로 가해와 피해, 강자와 약자, 차별과 차별에 대한 반대를 다루기 마련이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는 이 구도를 벗어나고 싶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자연스럽고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족에게 버림받거나 떨어져 살아도 서로 돕고 애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모습 말이다. 이를 통해 생물학적 의미의 가족 개념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을 비출 수 있기를 바랐다. 혈연의 가족에겐 버려졌어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세하와 동구처럼.

사랑의 구체적 형태는 '도움'이다. 물질적 도움도 중요하겠지만 서로 이해하고 아끼는 마음도 '도움'이다. 도움은 받는 것보다도 주는 행동이 사람을 살아있게 한다. 어쩌면 삶이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의미는 남을 돕는 것이 아닐까.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도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줌으로써 혈연이 아니어도 절실한 가족이 되어가는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족은 혈연관계이든 아니든, 가족 구성원이 많든 적든, 심지어 같이 살든 아니든, 아무 상관 없다. 자주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들끼리의 관계가 '가족'이다.

'결손 가정', '다문화 가정' 같은 다양한 가족을 지칭하는 말이 있지만 나는 이러한 말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함부로 다른 가정에 결손이란 규정을 붙일 순 없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결손'이란 차별의 언어를 붙여선 안 된다. 결손가정이 있다면 완전한 가정은 어떤 것인가. 다문화 가족이란 말에도 이미 차별적 요소가 있다. 가족은 그냥 가족일 뿐이다.

가족의 구성은 혈연이 아니라 '사랑'이다. 모든 형태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합이 나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혈연관계가 가족 안에서 모든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국가가 어린이, 여성, 노인 등 가족 안에서의 약자들의 행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혈연에 대한 조건 없는 신뢰를 버리고 합리적인 눈으로 살펴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 대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다양한 가족들을 평범한 가족의 한 모습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육상효 영화감독